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곽노현 교육감 캠프의 후보단일화 협상 책임자였던 K씨는 31일 박명기 후보(서울교대 교수)가 자신을 통해 곽 교육감에게 현금 7억원의 보상을 요구한 과정과 곽 교육감이 이를 거부한 전말을 공개했다.
-당시 곽 교육감 캠프에서 맡은 일은.
"캠프에서 선거사무실, 유세차량, 선거운동원, 인쇄 홍보물 등에 소요되는 자금이 오고 가는 것을 관리 감독했다."
-단일화 협상 진행 과정은.
"지난해 5월 18일 낮 곽 교육감과 나, 박 교수, 박 교수 측 책임자인 Y씨 4명이 서울 중구 정동의 식당에 모였다. 여기서 곽 교육감이 '박 교수님은 내년에 서울교대 총장선거에 나선 후 서울교대 총장 출신으로 차기 교육감직에 도전하면 더 유리하지 않겠냐'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교육발전협의회장을 맡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에 곽 교육감은 '그런 자리보다는 적극적으로 조언을 주시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돈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서 나왔다. 두 후보가 일정 때문에 자리를 뜨고, Y씨가 사당동의 M식당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중재하기 위해 온 이해학 목사와 C교수까지 4명이 오후 3시쯤 M식당에서 만났고 4시쯤 박 교수가 합류했다. (이 목사는 해당 날짜를 17일로 기억함.) 여기서 박 교수가 현금 7억원을 지급하고 유세차량 15~20대를 인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곽 교육감 측이 돈은 주기로 하되 각서만 거부했다는 주장이 있다.
"박 후보 측 정책특보 K씨가 중간에 합류해 다짜고짜 '빨리 각서를 써라, 못쓰겠으면 차용증이라도 써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비밀회동이라는데 장소는 칸막이도 없는 식당이었다. 바로 옆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당황한 나와 이 목사가 K씨를 보내지 않으면 더 이상 단일화 논의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곽 교육감은 끝까지 안 왔나.
"곽 교육감과 이 목사가 식당 구석에서 따로 대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곽 교육감이 이런 식의 논의는 있을 수 없다며 화를 냈다. 결국 곽 교육감은 잠시 합류했다 바로 돌아가고, 이 목사와 C교수도 떠났다."
-협상이 무산된 것인가.
"나와 Y씨, 박 교수만 남은 자리에서 박 교수가 같은 요구를 반복했고, 전화로 이 사실을 보고했더니 곽 교육감이 '단일화 협상을 깨라'고 지시해 결국 결렬됐다."
-단일화에 절실한 상황 아니었나.
"박 교수가 '현재 빚쟁이들이 선거사무실에 죽치고 있어서, 후보인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홍보물 인쇄 맡긴 것도 못 찾아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굳이 단일화를 안 해도 박 교수 측이 중도 포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19일 돌연 단일화가 성사된 이유는.
"다급해진 박 교수측 Y씨가 19일 오전 우리 캠프의 예산집행 실무자이자 동서지간인 L씨를 찾아왔다. L씨는 캠프 예산통장 출입금 등을 집행하는 실무자다. Y씨가 '곽 교육감도, C교수도 돈 안 주겠다고 하니까 형님이 약속 좀 해 주소'라고 했고 이 자리에서 L씨가 '같이 잘 해 보자'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안다."
-곽 교육감도 알았나.
"곽 교육감을 포함해 캠프에서 이 사실을 안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박 교수가 갑자기 찾아와 돈을 달라고 하니 이상히 여기다가, Y씨와 L씨 사이에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돈을 주지 않고 만약 박 교수가 폭로전을 펼칠 경우 공갈 혐의로 고발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
-박 교수 자택 압수수색에서 증거 문건이 나왔다고 하는데.
"A4용지 4장 분량이라는 그 문서는 Y씨의 보고를 토대로 박 교수가 혼자 작성한 문서다. 박 교수는 이것을 들고 곽 교육감 집무실로 찾아와 '증거 있으니 돈 내놓으라'고 했다."
-그럼 2억원은 왜 건네졌나.
"곽 교육감이 도덕적 부채의식을 느낀 것 같다. 끝까지 도와 주지 말고 대응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억장이 무너진다."
-곽 교육감 측은 상대적으로 해명에 소극적인데.
"박 교수측 K씨의 부정확한 진술이 알려지면서 곽 교육감이 여론의 돌팔매질을 당했다. 그래서 내가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밝히기로 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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