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1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장직까지 걸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지방자치단체도 있듯이 각 자치단체 형편과 상황에 따라 하면 되는 사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가) 필요 없는 투표였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들이 결정하면 되는 문제였지, 정치권이 나설 문제는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언급은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에 그친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 "소극적으로 처신한 박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또 '복지 포퓰리즘'저지를 명분으로 주민투표를 추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주민투표를 지원한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보수층) 일각에서 주민투표를 지원해 줬으면 하는 서운함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책임론이라는 단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 복지에 대한 당의 방향이나 정책이 재정립돼 당론이 정리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얘기에 앞서 당의 입장 정리나 당론을 국민이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선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선(先) 당론 정리'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것과 관련, "아전인수격으로 결과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복지는 확충해야 하지만 모든 복지를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제안한 '한국형 맞춤 복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주민투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에 대해 친이계 신지호 의원은 "모든 상황이 다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합리화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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