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김형오(부산 영도) 전 국회의장이 3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부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으로 당이 힘들고 어려울 때 백의종군하는 모습으로 정치권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의장은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의 선언이 다른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압박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경계심도 내비쳤다.
김 전 의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 됐다. 다만 원 최고위원이 ‘뜻 밖’의 불출마 선언이라면 김 전 의장은 어느 정도 불출마가 예견된 인사였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김 전 의장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이날 그의 선언은 불출마가 거론되는 당내 다선 중진 의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불출마 도미노가 현실화하지 않겠느냐는 다소 때 이른 관측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내 중진 의원 중 많은 분들이 김 전 의장의 결단을 지켜보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굳이 지칭하지 않겠지만 그분들이 물러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로 6선의 이상득(경북 포항남구 울릉) 의원을 비롯해 대구ㆍ경북(TK)지역 P, L 의원과 부산ㆍ경남(PK)지역 P, C 의원, 수도권 L, L, K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물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얘기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선수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불출마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긴장한 표정은 역력하다.
이와 맞물려 한동안 당내에서 논란이 되다가 지도부의 함구령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간‘총선 물갈이’화두가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당 안팎에선“한 중진의원이 연말이나 연초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논개처럼 다른 의원들도 함께 끌고 나갈 것”이란 ‘연쇄 불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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