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의원의 제명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한국아나운서연합회와 여성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여성단체들은 제명안에 대해 반대 표결한 국회의원 134명을 찾아내 공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 손범규 회장(SBS 아나운서)은 "국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강 의원 제명안을 통과시켜주리라 생각했다. 역시나 제 식구 감싸기였다"며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사건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이덕자 공동대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감을 못 잡는 걸 보면 국회의원들의 기본적인 인권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다음 총선에서는 의식이 분명한 사람을 뽑도록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겠다. 이번 결정은 한 사람을 살리려 다 죽겠단 뜻"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인 정하경주씨는 "134명의 의원들이 제명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게 한심스럽고 부끄럽다"며 "심지어 이런 일로 제명하면 남아 있을 의원이 없다고 얘기한 의원도 있다는데 한마디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여성비하적 발언을 한 인사를 대상으로 뽑는 '꿰매고 싶은 입'에 강용석 의원을 선정한 언니네트워크의 사무국장 몽은 "이번 결과는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인권에는 관심 없으면서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만 성폭력 이슈를 사용하는 남성중심적 정치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명안 반대표결 의원을 찾아내 각 지역구 유권자에게 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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