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는 노래만 하면 되지만 이번 무대는 조명에서 좌석까지,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없어요. 내 집 잔치를 앞둔 주인의 심정이죠."
내달 24일 야외 오페라 갈라 쇼 '조수미 파크콘서트'를 앞둔 소프라노 조수미(49)씨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 무대 데뷔 25주년 음반 '리베라' 발표를 기념하는 무대다.
그는 "올해 가장 설레는 무대이고, 다가올 25년도 꼭 같은 열정과 호기심으로 거듭 나야 한다고 결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1983년 한국을 뜨고 3년 뒤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국제 무대에 선보인 지 25년이 되는 지점에 선 소회다. 이 공연 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 측에서 만나고 싶다는 전화가 날아들었다. "동양에서 온 작은 가수에서 이제 후배에게 영감을 주는 가수가 됐다는 점이 자랑이라면 자랑이에요."
앨범명 '리베라(Libera)'는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한다. 왜 자유인가? 그는 "세계 무대라는 바다에 떨어지고 나서 세계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점령하고 여행한 시간에 대한 헌정"이자 "놀랍고도 자유스런 세계에 대한 나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실연 덕에 세 번의 녹음 기회가 찾아 왔고, 88년 이후 그는 밤의 여왕이었다. 이후 '가면무도회' 등 오페라로 최고의 길을 가던 그는 몇 해 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본 것이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환상적인 소리를 추구하다 보니 스스로가 피곤해진" 때였다. 이제 그는 "오페라, TV 드라마 테마곡 등을 통해 균형 있는 음악 여정이란 무엇일까 탐구 중"이라 했다. 앞으로 펼칠 현대 오페라 '중국의 닉슨' 출연, 바흐의 현대화 작업, 드라마ㆍ영화 작업 등은 그 연장선상이다.
현대 음악과 관련해선 "말러가 나의 하한선이며, 현대 음악은 취향에 맞지 않지만 한국 전통 음악의 유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 수많은 음악을 찾아가는 데에서 갈 길은 많다"며 "우리 음악을 찾아가서 뿌리와 전통을 널리 알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방법과 커뮤니티가 내겐 없다"고도 했다.
결혼 계획 질문을 받자"출산율 저하가 걱정되긴 하지만, 결혼이나 사랑보다는 내 꿈을 추구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면서 "사회에는 봉사와 기부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파크콘서트에서는 비제의 '카르멘', 웨버의 '오페라 메들리' 등을 부른다. 9월 24일 오후 7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 무대. 1588-0360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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