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재 5,000억원 기부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 기부금 전액을 출연 받기로 한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해비치재단)이 기부사업 입찰과정에서 편파적으로 업체를 선정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비치재단은 올 초 서울시에 시설비용(약 5억원, 리모델링비)과 연간운영비 12억원을 매년 지원하기로 하고 다문화가족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시 관계자는 "각 구에는 다문화센터가 있어도 서울시 차원의 시설은 없던 터라 흔쾌히 응했다"며 "센터이름은 해비치다문화가족센터로 하기로 하고 시는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3층 일부(1,114㎡)를 센터 공간으로 내주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이 병원 공간을 다문화가족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재단은 지난 3일 업체 몇 곳에 연락을 해 사업 취지를 먼저 설명하는 지명공모 방식으로 리모델링 시공업체 선정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가 "짜고 치는 판에 끼기 싫다"며 중도 포기했고 결국 4개 업체가 경쟁을 벌였다. 범현대가 계열사인 I사가 재단 추천으로 참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심사는 해비치재단과 서울시, 실질적인 운영을 맡게 될 한국다문화센터 등 3곳의 관계자들이 했다.
공모에 마지막까지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설명 당시 '비용을 불문하고 좋게, 잘 만들어달라'는 모호한 심사기준을 제시했다"며 "'인테리어 범위와 수준이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업체들의 요구를 묵살하더니 결국 내정 소문이 돌던 I사가 지난달 26일 선정됐다"고 말했다. 한 심사위원은 "특별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재단 측이 심사과정에 경쟁사 시안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I업체를 편드는 듯한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한 복지재단 관계자는 "통상 이런 사업에서는 업체 선정과 시설건립은 기부 받는 운영자(서울시, 한국다문화센터)가 전적으로 진행하고 기부자(해비치재단)는 그 비용만 부담한다"며 "기부자가 업체 선정 과정에까지 관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사에 참여했던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좀 더 좋은 시설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붙인 것"이라며 "나랏돈도 아니고 특정 기업이 돈을 전액 대고 하는 사업인 만큼 심사가 주관적이고 편파적이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탈락 업체들은 송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럴 거면 처음부터 수의계약으로 할 것이지 무슨 폼을 낸다고 공모를 했느냐"며 "들러리를 서느라 깨진 응찰 비용 1,000만원을 보상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비치재단과 서울시 측은 "심사 과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