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ㆍ러시아)가 6위에 그치며 결국 날개를 접었다.
5m6을 뛰어넘으며 포효하던 과거의 영광대신 '제국의 몰락'을 상징하듯 어두운 그림자만 그의 뒤를 따라 다녔다.
지난 8년간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권력'으로 군림하던 미녀새는 쉽사리 여제의 자리를 양위하려 하지 않았다. 최종 결선주자 12명중 맨 마지막으로 나서 4m65를 1차 시기에서 뛰어넘을 때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이신바예바는 그러나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31cm나 아래인 4m75의 벽에 가로막혔다. 떠밀리 듯 4m80으로 바를 높였으나 두 차례 모두 오르지 못해 3번 주어지는 도전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이신바예바는 바를 노려보며 마법의 기운이라도 빌리려는 듯 주문을 외웠지만 넘어야 할 바는 너무 높이 있었다.
이신바예바는 이로써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예선탈락 한데 이어 대구 세계선수권에서도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팀 정범철 코치는 "이신바예바가 다시 미녀새로 부활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미녀새가 날아간 횟대에는 새로운 신성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나흘째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경기가 열린 30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의 주인공은 파비아나 무레르(30ㆍ브라질)였다. 무레르는 이날 자신의 최고기록과 타이인 4m85를 넘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국 브라질에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한 것은 보너스로 받은 기쁨이다.
무레르는 애초 이신바예바의 경쟁상대로조차 평가 받지 못한 '무명'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신바예바가 금메달로 화려하게 비상할 때 그는 4m50으로 10위에 그쳤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도 4m55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다이아몬드리그 6개 대회 중 3개를 휩쓸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시즌엔 4m70에 그쳐 대구 세계선수권 우승후보에도 끼지 못했다. 부담 없는 마음으로 달구벌 밤하늘을 높이 난 무레르는 결국 대어를 낚으며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올랐다.
마르티나 슈투르츠(30ㆍ독일)가 4m80을 넘어 은메달을, 스베틀라나 페오바노바(24ㆍ러시아)는 4m75로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여자 7종 경기에서는 러시아의 타티아나 체르노바가 6,880점을 얻어 챔피언에 올랐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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