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체감경기가 확 얼어붙었다. 대외 불안에도 꿋꿋이 버티던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까지 전이되면서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BSI는 전달보다 11포인트 급락한 80으로 2009년6월(7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폭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11월(13포인트)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업황BSI가 100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은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보다 나쁘게 보는 기업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16~23일 전국 1,643개 제조업체 및 898개 비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달 초 미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위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감경기 악화가 두드러진 것은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이었다. 내수기업의 BSI는 전달 91에서 83으로 8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수출기업은 91에서 76으로 15포인트나 추락했다. 기업규모 별로도 대기업은 94에서 84로 10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은 90에서 78로 12포인트 떨어졌다.
실제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매출실적BSI(95)는 22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졌고, 수출실적(96) 내수판매실적(94) 생산실적(97) 등도 2년여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8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4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제 실물 경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미국과 유럽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리 경기 둔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가 4%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성장률을 4.1%로 전망했는데 이번 사태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조만간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말 5.0%에서 4.5%로 낮춰 잡았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다시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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