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겉으로는 아랍 독재정권의 재스민 혁명(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비난하면서도 뒤로는 아랍권 정부를 상대로 짭짤한 무기 장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9일 영국이 올해 2월에서 6월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리비아 등에 3,050만파운드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2,200만파운드)보다 38.6% 증가한 것으로 수출 품목에는 저격소총, 엽총, 기관단총, 탄약 등이 포함돼 있다. 더타임스는 이 무기가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수출된 물량 이외에도 영국 군수업체들은 정세가 불안한 아랍국을 상대로 무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영국 주재 아랍 국가 대사들과 다음달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 정부의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비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작전에까지 참여했던 영국의 이런 이중적 태도에 대해, 의회 무기수출규제위원회 소속 말콤 브루스(스코틀랜드 자유당) 의원은 "정부의 무기 수출 정책에 일관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아랍의 봄을 이용해 무기 장사에 나선 나라가 영국만은 아니다. 최근 UPI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차세대 최신형 전차인 레오파드 2A7+ 200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고 동시에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돌핀급 잠수함을 이스라엘 정부에 팔았다. UPI는 "리비아 내전에서도 독일 무기를 양측(정부군ㆍNATO군)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 유럽 내 무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독일 정부가 무기 수출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해 왔다"고 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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