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주파수 경매제는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모두 가져가는 제도다."
이석채(사진) KT회장이 '돈 잔치'로 변질되어 버린 현 주파수 경매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어쩔 수 없이 이 게임에 참여했고 계속 베팅 금액을 높여갈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제도가 정말 효율적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1.8㎓ 주파수 경매 9일째인 29일 KT는 경매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1조원을 불과 50억원 남겨둔 9,950억원(전날 최종호가)에 낙찰자는 SK텔레콤으로 최종 결정됐다. 17일 시작돼 값이 배 이상 뛰며 과열양상을 빚었던 '주파수 전쟁'에서 SK텔레콤이 라이벌 KT를 물리치고 '황금주파수'를 따낸 것이다.
KT는 대신 800㎒ 주파수를 단독 입찰해 2,610억 원에 낙찰 받았다.
이번 경매는 너무도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 높은 가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값을 올려가는 '동시오름'방식의 특성상 돈 잔치가 될 것이란 당초 우려가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참았던 쓴 소리를 털어 놓았다. 그는 "주파수 경매에 너무 많은 돈을 쓰면 다른 일을 못한다"며 "돈으로 무한경쟁을 하면 결국 소비자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특히 "경매방식이 효율성과 어긋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KT는 기존 1.8㎓ 주파수를 20㎒ 대역폭만큼 갖고 있는 만큼 이번에 20㎒ 대역폭을 더 받아 총 40㎒ 대역폭에서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다. 대역폭은 차선과 똑같아서 넓을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수용하고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경매포기로) 150Mbps의 빠른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으며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주파수 경매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과당경쟁을 유발한 방식 때문에 결국 과다출혈을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파수의 적정 대가는 6,000억~7,000억원 수준"이라며 "사실상 비싸게 산 셈"이라고 말했다.
경매방식의 공정성 문제도 나온다. 당초 이동통신 3사는 모두 2.1㎓ 주파수를 원했지만, 약자 배려 차원에서 SK텔레콤과 KT는 아예 입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LG유플러스 단독으로 4,455억 원에 낙찰받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LG유플러스가 반값에 사도록 만든 차별경매였다"며 "방통위가 경매제 형식을 빌려 사실상 주파수를 배분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