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의 드라마'는 여기까지였다.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아래를 절단해 칼날 같은 의족에 기대해 비장애인과의 경쟁에 당당히 나선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
그는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준결선 3조 경기에서 46초19를 기록, 조 최하위에 그치면서 2위까지 얻는 결선(30일 오후 9시45분)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전날 치른 예선기록(45초39)과 개인 최고기록(45초07)에도 훨씬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는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7번 레인을 배정받은 피스토리우스는 8명 중 가장 늦은 출발 반응속도(0.294초) 탓에 초반부터 뒤처졌다. 첫 코너를 돌자마자 그레그 닉슨(미국)에게 따라 잡히고 두 번째 코너를 지나고는 최하위로 처졌다. 피스토리우스는 경기를 마치고 한참 동안 전광판에 떠오른 자신의 기록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그의 '아름다운 도전'에 관중석은 물론 전 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장애인이라고 차별 받지 않고, 똑 같이 달려 당당히 경쟁했기 때문이다.
육상입문 첫해인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 출전해 200m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 받기 시작한 그는 2005년 패럴림픽 월드컵에서 100m와 200m를 동시 석권했다. 장애인 무대에서 눈부신 기록을 달성한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두드렸으나 번번이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간 끝에 어렵사리 비장애인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냈고, 마침내 주종목인 400m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정한 A기준기록을 넘겨 대구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의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일부의 비아냥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찾은 대구였기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대구세계선수권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또 다른 도전무대는 내년 런던올림픽이다.
"대구에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피스토리우스는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4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한 뒤 유럽으로 이동, 한 두 대회에 더 출전하고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가 내년 4, 5월 '런던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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