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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잡스 떠난 애플 조명 "전설의 CEO 퇴장 뒤엔…"

입력
2011.08.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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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미래는 디즈니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인가. 지금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은 온통 팀 쿡 애플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쏠려 있다. 그가 과연 애플의 전성시대를 이끈 전임 CEO 스티브 잡스의 바통을 이을지 아니면 쇠퇴의 길을 걸을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잡스와 같은 전설이 퇴장한 뒤 기업의 운명이 바뀌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미국 주요 기업 창업자들의 은퇴 사례를 통해 애플의 미래를 조명했다. 디즈니는 1966년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숨질 때까지 애니메이션 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 20여년 간 디즈니는 오랜 침체기를 겪는다. 내세울 만한 작품은 전무했고, 한 때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디즈니의 몰락은 경영진들이 창의성을 외면한 채 창업자의 비전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탓이 컸다. 디즈니는 84년 파라마운트영화사 출신의 마이클 아이스너를 데려온 뒤 재기에 성공한다. 그의 영입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던 디즈니는 복합 미디어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아이스너는 ESPN을 설립하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등 디즈니의 부흥을 책임졌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와 반대로 창업 정신을 무시하다가 고전한 경우에 속한다. 92년 사망한 창업자 샘 월튼는 "매일 최저비용으로 최저가의 상품을 공급한다"는 모토로 기업을 운영했다. 후임자 데이비드 글래스는 90년대 말까지 최고 자리는 유지했으나 매출을 늘리고 매장을 리모델링하는 등 외형 확장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월마트는 최근까지 9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 포드는 1919년 창업자 헨리 포드의 은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쟁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다양한 형태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는데도 검은색 T모델, 단일 품종만을 고수했다. 20년 간 절치부심한 포드 2세는 GM 출신 임원을 영입하는 등 조직 개방을 위기 타개책으로 내세웠고 곧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플과 세대교체 과정이 가장 유사하다. 빌 게이츠는 2000년 하버드대 재학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넘겨줬다. 발머 체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게이츠는 2008년에야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MS는 게이츠의 퇴장과 동시에 IT 최고 기업의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말았다. 음악, 휴대폰, 태블릿PC 분야에서 어느 것 하나 애플의 혁신 공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주력 상품인 윈도와 오피스의 수익도 정체돼 있다. 리처드 윌리엄스 크로스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윌리엄스는 "게이츠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던 데 반해, 발머의 경영스타일은 전문적인 조직 관리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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