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불어나는 가계빚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란 설명이다. 정부 역시 은행들의 움직임을 묵인하는 분위기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고 해놓고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당국자까지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대신 금리를 올려 은행의 이익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니 은행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은행들은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주는 예금금리는 내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자 취한 조치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율의 차이(예대 마진율)는 당연히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2.02%포인트였던 예대마진율은 6월 2.10%포인트로 늘어났다.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그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은행은 정부가 깔아놓은 대출축소라는 멍석 덕에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하게 됐다. 올 상반기 이미 9조원이상의 이익을 남긴 은행들은 연말께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자랑할 판이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계획은 '가계부채 증가- 대출억제 지시- 대출금리 인상- 은행 이익보전과 가계부채 축소'란 연결고리에 정부와 은행이 합의한 결과다. 금리를 올리면 불어난 이자부담 때문에 대출계획을 포기할 것이고 자연스레 가계부채가 감소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고리의 끝에 서민이 있다는 사실이다. 집을 담보로 2억 원을 빌릴 경우 이자를 한 해 100만원은 더 내야 할 것이란 예상까지 있다. 정부의 가계 빚 대책이 결국 서민만 봉으로 만들게 됐다.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서민들에게 차를 버리고 걸으라는 대책을 내놓은 꼴이다.
은행이 힘없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손쉬운 장사를 한다는 비난은 물론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려 잇속만 차린다면 서민들에게 은행은 더 이상 더불어 살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책 역시 정부가 취할 정책이 아니다. 서민을 외면한 대출금리 인상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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