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은 전쟁 범죄자가 아니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ㆍ54) 일본 재무장관이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 일본의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 민주당은 29일 도쿄시내 호텔에서 열린 참의원 중의원 의원총회에서 결선 투표 끝에 유효 투표수 392표중 215표를 얻은 노다 장관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경쟁자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ㆍ61) 경제산업장관은 177표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102표를 획득,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지원을 받은 가이에다 장관(143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노다 장관은 1위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함에 따라 실시된 결선 투표에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49) 전 외무장관과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ㆍ68) 농림수산장관 그룹의 지지를 얻어 역전에 성공했다.
노다 장관은 30일 열리는 중의원, 참의원 본회의 형식적인 절차인 총리지명 선거를 거친 뒤 제95대 총리로 취임한다. 역대 총리로는 62명째이다.
노다 장관의 당선 과정은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노다 장관은 6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대표대행,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 등 당내 주류파로부터 차기 총리로 옹립될 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총리직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까지 당내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자 주류파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마에하라 전 장관을 후보로 내세우며 경쟁을 유발했다. 26일에는 당내 최대 계파를 확보한 오자와 그룹이 가이에다 장관을 밀기로 하면서 주류파 내부에서 지지표의 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노다 장관은 경선포기 압박에까지 몰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노다 장관은 중ㆍ참의원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는 점을 십분 활용,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 의원들을 상대로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예상은 적중했다. 1차 투표에서 가이에다 장관에게 40표 이상 뒤졌으나 74표 획득에 그친 마에하라 전 장관을 누르고 결선에 진출했고 뇌물 스캔들로 재판에 계류중인 구세대 정치의 상징 오자와 전 간사장의 부활에 반대하는 주류파와 젊은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에하라 전 장관은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 선거 초반부터 외국인 정치헌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결선 투표에서 같은 주류파인 노다 장관을 밀어줌으로써 차차기 총리의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1차 예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가이에다 장관은 간 나오토 총리가 7월 초 자신과 상의 없이 탈(脫)원전을 발표한 데 반발해 사의를 밝힌 것과 관련, 의원들의 사퇴이행 추궁에 눈물을 보인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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