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팬암기 폭파 테러 로커비 사건의 범인이 혼수상태로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팬암기 폭파범으로 지목된 전 리비아 정보요원 압델 바세트 알메그라히가 수도 트리폴리의 호화 빌라에서 산소호흡기와 정맥주사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장을 보도했다. 알메그라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그의 아들 칼레드의 간호를 받고 있다. 칼레드는 CNN에 "아버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의료진이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전화도 없다"고 말했다.
로커비 사건은 1988년 12월 21일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런던에서 뉴욕으로 가던 팬암 항공기 103편이 기내에 장착된 폭탄으로 공중 폭발, 탑승객 259명 전원과 로커비 지역 주민 11명이 숨진 사건이다. 팬암기 폭파 혐의로 2001년 종신형을 선고 받은 알메그라히는 스코틀랜드 교도소에서 8년간 복역한 뒤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고 2009년 석방됐다. 리비아로 돌아간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고 3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과 달리 지금까지 생존했다. 하지만 알메그라히는 결백을 주장해 왔고 그의 석방도 영국과 리비아 정부가 리비아 석유개발권을 대가로 타협한 산물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리비아 정권의 누가 최종 승인을 했는지, 그가 진범인지 등이 논란거리로 남아 있었다.
앞서 영국과 미국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그의 신병을 넘겨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NTC는 거부했다. 모하메드 알 알라기 NTC법무장관은 28일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으며 다시 심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리비아 국민도 서방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유엔 미 대사는 "살해한 1명당 고작 2주간 감옥살이를 한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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