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에 걸친 해외 북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신경숙(48) 작가는 "아직 얼얼하다"고 했다. <엄마를 부탁해> 와 함께한 그의 상반기 여정은 한국문학으로선 처음 걷는 길이었고, 그의 문학 인생에서도 터닝 포인트라 할만 했다. 올 4월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들며 지금까지 8쇄가 발간되는 등 국내 소설의 해외 진출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현재 28개국에 판권이 수출돼 15개국에서 번역서가 나왔고 9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엄마를> 엄마를>
번역서 출간에 맞춘 신씨의 행보도 대장정이었다. 4월 내내 미국 전역을 돈 뒤 5월 중순부터 마드리드, 리스본, 밀라노, 파리 등 유럽 8개 도시를 방문했고 8월에는 이스라엘 땅도 밟았다.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씨는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자식 같다고 하는데, <엄마를 부탁해> 는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게 해 엄마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 나라에 3박4일 머물며 인터뷰를 13번 하기도 했다"며 다소 지친 모습이었으나,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국경 너머의 독자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 작품을 쓰는 에너지를 더 강하게 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는 내년 초 미국에서 페이퍼북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신씨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도 미국 영국 폴란드 등 6개국에 판권이 팔려 전세계 독자들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내에서 잠시 휴식한 뒤 9월 7~11일 호주에서 열리는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14~19일 일본어판 출간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 그는 "이 일정이 끝나면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며 한동안 칩거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디선가> 엄마를>
-여러 나라를 돌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남자가 북클럽 회원에게 나눠주겠다며 27권을 들고 와 사인을 받았다. 9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하더라. 스페인에서는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어머니를 떠나 보낸 것이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 아팠다는 독자를 만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기자가 인터뷰를 하다가 엄마 생각이 난다며 울기도 했다."
-현지에서 느낀 한국 문학의 위상은.
"한국 문학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한국 젊은 작가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면 좋겠느냐는 물음도 많이 받았다. 유럽이나 영어권 문학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유럽에는 없는 공동체적 감각이나 인간에 대한 공감에서 희망이나 대안을 찾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여정이 차기작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가.
"노르웨이에서 겪은 일은 언젠가 내 작품에 나올 것이다. 번역자가 다섯 살 때 한국에서 입양된 사람이었다. 그가 통역을 맡아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작품 주제가 엄마다 보니 (엄마를 모르는) 번역자의 눈치를 보며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근데 그가 의젓하게 노르웨이의 엄마가 소설 속 엄마 같은 존재라며 나를 편하게 해줬다. 그런 만남이 주는 감정이 소중하게 남아있다. 스페인에서는 우리나라와 똑 같이 젊은이들이 공부를 해도 취업이 안 돼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 스페인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 가보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색다른 반응은 없었나.
"시점을 달리한 화자에 대한 질문은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소설 속 상황을 확대해서 보는 경우가 있었다. 현대와 전통의 단절로 보거나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의 대립구도로 보는 경우도 있었고, 문명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왜 경찰이 적극적으로 엄마를 찾지 않느냐며 분노하는 독자도 만나 재미있기도 했다."
-한국문학 세계화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최근 10년 사이에 수업할 수 있는 한국어 텍스트가 많아져 기쁘다고 하더라. 예전과 달리 지금은 번역이 좋아져서 결실을 보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한국 문학이 좋은 번역자를 만나서 원작이 충실히 전달되면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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