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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지배하라/ (상) IT발(發) 특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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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지배하라/ (상) IT발(發) 특허전쟁

입력
2011.08.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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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로 경쟁기업 죽여라" IT공룡들 새로운 전쟁 시작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무기, 즉 특허가 도사리고 있다.

과거 연구ㆍ개발(R&D)의 부산물이었던 특허가 이제는 경쟁사를 무력화 시키는 강력한 무기로 둔갑하면서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 IT 업체들은 법정 소송은 물론, 특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M&A도 서슴치 않고 있다.

최근 특허 전쟁을 주도하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업계의 강자들이다. 이 가운데 아이폰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뜨겁게 달군 애플은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 등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공세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애플의 특허공세

애플과 구글, MS의 특징은 iOS(애플) 및 안드로이드(구글), 윈도폰7(MS) 등 모두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OS별로 무리를 이루다보니 최근 IT 업계의 특허 전쟁은 집단 형태로 벌어지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특허 싸움이 반도체나 컴퓨터(PC) 분야의 개발자나 신생기업, 또는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권 전문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최근 집단 대 집단 대결로 바뀐 특허 전쟁의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을 지켜야 하는 애플은 특허를 내세워 경쟁 제품의 사전 차단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폰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의 안드로이드폰들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무상 제공해 애플 이외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은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9개국에서 19건의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에 대해서도 최근 2년간 여러 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노키아에 대해서도 2009~10년 사이 5건의 특허소송을 주고 받았고, 모토로라와 총 20여건의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쟁업체들도 맞소송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HTC는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애플을 상대로 기술 특허 침해 소송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적재산권 소송 전문 업체 렉스머시나의 조슈아 워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런 전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구글, MS도 특허 소송 대비

애플의 강력한 대항마인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발표 직후,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드로이드를 애플이나 MS, 그리고 다른 업체들과 경쟁에서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현재 보유한 특허는 약 1만7,000여건에 이른다. 구글은 지난 달에 캐나다의 파산한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특허 6,000건을 차지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45억 달러를 제시한 애플과 MS컨소시엄에 패한 적이 있어서,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가 절실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구글은 다음 달 초 진행 예정인 특허 전문업체 인터디지털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디지털은 IT 관련 8,800건의 특허를 보유해 '특허 괴물'로 불린다. 구글 외에 애플 노키아 등도 인터디지털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MS도 최근 구글이 인수 결정키로 한 모토로라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관련된 7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 대전에 합류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셈이다. MS는 현재 휴대폰 세계 1위의 입지가 불안한 노키아와 캐나다의 림사에 대한 M&A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업체들의 특허 공방이 시장 패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업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특허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무기"라며 "국내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특허권 과잉보호 비판론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은 원래 창조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등장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누군가 이를 빨리 흉내내 상품을 만들면 굳이 비싼 연구ㆍ개발 비용을 들여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열되는 특허 분쟁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둘러싼 거대 정보기술(IT) 기업간의 특허 분쟁이 더욱 그렇다. IT업계는 끊임없는 혁신이 기업 존속을 위한 핵심 요건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의 연구ㆍ개발 노력이 저해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특허 보호를 창조의 도구보다는 다른 사업자들을 경쟁에서 배제시키려는 공격 무기로서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과도한 특허 보호에 대한 비판 논리다. 홀맨 젠킨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4세대 스마트폰 한 대에 사용되는 특허는 수십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과열된 스마트폰 특허 전쟁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재산권과 달리 지적재산권은 '공유'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특허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1980년대 '운영체제를 돈 받고 판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빌 게이츠와 그가 만들어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PC)용 운용체제(OS) 윈도는 일부 기기에 사용된 반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개발된 리눅스 OS는 컴퓨터 외에 TV 등 가전제품에 맞도록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좋은 지적재산권은 널리 공유될수록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활용해 새로운 혁신과 창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소송 걸어 거액 로열티 챙기는 '특허괴물' 300여개 활동

1998년 미국의 테크서치가 인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로부터 사들인 특허를 인텔이 침해했다는 이유다. 소송가액은 무려 매입가의 1만 배나 됐다. 인텔측 변호사는 테크서치를 향해 "특허권을 이용해 로열티만 챙기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몇 년 새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특허소송의 당사자는 기업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특허관리전문회사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이들을 속칭 특허괴물로 부른다. 이들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특허기술을 사들인 뒤 제조나 판매 대신 특허관리가 허술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기술사용료(로열티)나 합의금, 보상금 등을 받아내는 식으로 활동한다.

미국 특허조사기관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중인 특허괴물은 현재 300개가 넘는다.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무려 16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던 인텔렉츄얼벤처스(IV), IT분야에서만 9,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해 삼성전자ㆍ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굴지의 IT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인터디지털, 2006년 블랙베리폰으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에 무선 이메일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6억1,2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NTP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특허권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해주는 미국이 주요 활동무대다.

특허괴물들의 공세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미국 특허당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특허괴물이 당사자로 나선 특허소송이 연 평균 64%씩 증가하고 있다. 또 특허 만료기간이 임박할수록 소송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무선 이메일 특허 만료를 앞둔 NTP가 2006년 RIM에 제기했던 동일한 소송을 지난해 7월 LG전자와 애플, 구글, MS에게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제조품목이 많은 우리 기업들이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세계 주요 기업 중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 톱10에 삼성전자(12건, 7윌)와 LG전자(15건, 4위)가 들어 있다. 2009년 각각 6건, 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IV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에까지 진출, 이미 200개 이상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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