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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역시나… '10-10'의 벽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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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역시나… '10-10'의 벽은 높았다

입력
2011.08.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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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은 정직하다. 오직 기록만 볼뿐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국력과 피부색에 따라서도 메달색깔이 달라지지 않는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0.001초도 양보가 없다.

한국육상과 세계기록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한국육상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어 주고 있다. 하지만 내심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안방에서 대회를 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실낱 같은 희망조차 사그라들고 있다. 유일한 메달후보로 불리던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26ㆍ삼성전자)이 6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3년 제1회 핀란드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세계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정식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남자 마라톤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적이 있으나 번외 종목이라 정식 메달로 집계되지 않는다. 앞서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김재룡이 4위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다. 톱10 에 진입한 것도 다섯 번 밖에 없다. 남자 높이뛰기의 이진택(97년 8위ㆍ99년 6위), 여자 포환던지기 이명선이 10위(99년) ,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이 9위(2007년)를 차지한 것이 전부다.

한국은 대구 대회에서 10개 종목 10명의 결선 진출자 배출(10-10프로젝트)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개막 첫날 첫 레이스를 펼친 여자마라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중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자마라톤은 10-10프로젝트의 첫 종목이었다.

김성은ㆍ이숙정(이상 삼성전자), 정윤희ㆍ최보라ㆍ박정숙(이상 대구은행)으로 이뤄진 여자 마라톤 대표팀은 27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대구 시내를 돈 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변형 루프(순환) 코스로 설계된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초반부터 밀리면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성은이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8분여 뒤처진 2간37분05초로 29위에 그쳤다. 이숙정과 정윤희는 각각 2시간40분23초와 2시간42분28초로 34위와 35위를 기록했다. 박정숙(3시간3분34초)과 최보라(3시간10분06초)는 아마추어급 레이스를 펼치며 3시간이 넘는 부진한 기록으로 43위와 44위에 만족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체전 성적도 7시간59분56초에 그쳤다. 여자 마라톤 메달을 싹쓸이한 케냐에 33분 가량 늦은 7위에 머물렀다.

이어 열린 남자 100m경기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10초23의 한국기록 보유자 김국영(20ㆍ안양시청)이 어이없는 부정출발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짐을 싸야 했기 때문이다. 김국영은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직전 스타트 블록에서 다리를 움찔해 화를 자초했다. 이를 본 심판진은 즉각 실격을 선언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단 한번의 부정출발도 실격 처리토록 했기 때문에 김국영이 설 자리는 없었다. 본선 1라운드 진출이 유력했던 김국영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지만 심판의 손엔 레드카드가 올라간 뒤였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김유석(29ㆍ대구시청)도 자신의 최고기록인 5m66에 한참 모자란 5m35을 넘지 못하고 조기 탈락했다.

한편 남자 400m의 박봉고(20ㆍ구미시청)는 28일 열린 대회 이틀째 예선에서 0.32초 차로 아깝게 준결선 티켓을 놓쳤지만 희망을 보여줬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챔피언 최윤희(25ㆍSH공사)도 같은 날 열린 예선에서 4m40을 넘어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작성한 자신의 한국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윤희는 그러나 4m50 시기에서 세 번 모두 실패해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여자 100m 자격예선에 출전했던 정혜림(24ㆍ구미시청)이 11초90을 찍고 조 1위로 본선 1라운드에 진출해 한국선수단의 체면을 살렸다. 정진혁(21ㆍ건국대)을 앞세운 남자 마라톤 단체전을 제외하면 남은 종목 가운데 메달을 바라볼 만한 선수는 남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 나서는 김덕현(26ㆍ광주시청)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이 역대 대회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남자마라톤에서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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