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측이 정권 이양을 포함한 협상을 시민군에 제안했다.
AP통신은 리비아 시민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 지원을 받으며 28일(현지시간)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서쪽 30㎞ 지점까지 진입하자 다급해진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이 시민군에 과도정부 구성과 관련한 협상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체포된 카다피의 3남 알 사디가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군의 이 같은 태도는 그 동안 시민군을 '도적' '쥐떼'라고 비하한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군의 한 지도자는 "협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경 자세를 보였지만 마무드 샴만 과도국가위원회(NTC) 대변인은 "시르테 지역의 지도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투가 전반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수도 트리폴리 시민들은 차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주검이 발견되고 물ㆍ전기ㆍ연료 공급도 끊겨 이들이 겪는 고통은 계속됐다.
반카다피 시민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한 지 5일째인 26일 카다피군 잔당 대부분은 트리폴리 남부 변두리로 밀려났다. 총격전을 피해 숨어있던 트리폴리 주민들은 이슬람권 휴일인 이날 하나 둘 집 밖으로 나왔다. 일부 주민은 이슬람 사원을 찾아, 라마단이 끝난 뒤 찾아오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하는 29일까지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체포되도록 기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잠시 문을 여는 상점도 있었다.
하지만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보복 살해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카다피의 막내 아들 카미스가 이끄는 32여단이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 트리폴리 남부 살라헤딘의 한 창고에서는 불탄 시신 50여구가, 트리폴리 남부의 한 병원에서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200여구가 27일 각각 발견됐다. 앞서 25일에는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총알 세례로 숨진 카다피군 30여명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37도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서 방치된 시신이 부패하는데다 기반시설이 파괴돼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이 끊어지면서 200만명이 거주하는 트리폴리의 생활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아부 살림 교도소에서는 물과 음식을 찾아 쓰레기를 뒤지는 주민도 목격됐다.
병원도 의약품과 의료 인력이 부족해 부상자 치료에 손을 놓고 있다. 마무드 샴만 NTC 대변인은 "전기와 물 공급에 필요한 경유가 28일쯤 보급될 것"이라면서 "트리폴리 시민이 복구 작업을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7일 외과 수술팀을 긴급 파견했고 영국은 의료진과 의약품, 식량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필요할 경우 리비아의 치안 확보를 위한 경찰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은 27일 "공정한 재판을 보장한다"며 카다피 세력의 투항을 촉구했지만 카다피의 행방은 미궁 속에 빠져있다. 방탄 차량 6대가 카다피를 지지하는 유목민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26일 알제리 국경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알제리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또 데일리메일은 카다피 일행이 짐바브웨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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