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하는 법원장'으로 잘 알려진 구욱서(56ㆍ사법연수원 8기) 서울고등법원장이 30년 법관 생활을 마감하고 이달 말 법원을 떠난다.
28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구 원장은 10년마다 돌아오는 재임용신청을 하지 않아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난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고법원장을 마지막으로 법관을 그만두기로 오래 전에 약속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81년 9월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과 연을 맺은 그는 지난해 사법사상 최초로 서울고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맡는 '법관 사무분담'을 단행해 유명세를 탔다. 구 원장이 1년 동안 직접 처리한 항고사건은 총 330여건. 사실심 법원 중 최고법원인 서울고법을 관리하면서 재판을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작은 숫자는 아닐터. 그러나 정작 구 원장은 "재판이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했고, 일선 판사들과 소통의 폭도 넓히고 싶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년 동안 몸담아온 서울고법에 대해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고법이 너무 비대해져 항소심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1심 재판의 모습을 반복하는 측면이 있어요. 1심을 강화하고 2심은 1심의 옳고 그름만 가리는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법관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도 했다. 구 원장은 "지금까진 기록을 사무실에서 꼼꼼히 읽고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젠 법정에서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의 사건에 정성을 쏟아 마음으로 판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상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그는 법원 내 행정 및 조세 사건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남부지법원장 시절엔 민원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시행해 해당 법원은 2008년 전국 최우수법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간결하고 쉬운 판결문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난 구 원장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재직시 사법시험 40, 41회 1차 시험에 오류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40회 2차 시험 답안을 공개하라고 판결하는 등 사시 관리시스템 개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고 당분간 쉴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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