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2인자 아티야 아브드 알 라만(사진)이 파키스탄 산악지대에서 피살됐다. 알 카에다는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망에 이어 최고 수뇌부격인 알 라만의 죽음으로 조직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27일(현지시간) “알 카에다의 작전 책임자인 알 라만이 22일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 와지리스탄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무인항공기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알 라만의 목에 1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행방을 추적해 왔다.
AFP통신은 리비아 출신의 알 라만이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10대 때인 1980년대 알 카에다에 합류한 이후 폭발물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의 신임도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군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에서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빈 라덴은 알 라만에게 자신의 육성 메시지나 명령을 해외 알 카에다 지부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알 라만은 빈 라덴의 이란 지역 특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 관리는 “알 라만의 배경과 경험, 능력은 알 카에다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며 “알 카에다 본부와 해외 이슬람 무장단체를 잇는 연결고리가 궤멸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 라만 피살은 파키스탄 정부의 반대에 불구하고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미국의 알 카에다 소탕 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병력을 투입한 지상 작전보다 무인항공기 공습을 선호해 왔다. 이 때문에 빈 라덴 사후 예멘, 소말리아 등 알 카에다 방계 조직의 테러 활동은 지속되고 있지만 본거지인 파키스탄의 조직망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많다.
NYT는 “알 라만은 지난해 6월 대외 연락책 셰이크 사이드 알 마스리가 사살된 이후 알 카에다의 작전을 이끌어 왔다”며 “그의 사망은 현재 알 카에다의 1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지도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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