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변호사 출신 방송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다시 재선의 서울시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해온 오세훈 시장이 사실상 정치인생의 '첫 패배'를 기록했다.
그는 주민투표 무산에 따라 민선 5기 시장 임기를 시작한 지 1년2개월 만, 4기를 포함하면 5년2개월 만에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게 됐다.
서울 대일고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6회)에 합격한 오 시장은 1991년 대기업과의 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아 승소하며 스타 변호사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오변호사, 배변호사','그것이 알고 싶다'등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 지역에서 당선된 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과 당내 소장그룹인 미래연대를 이끌며 '40대 개혁기수'로 맹활약했다.
초선 의원으로서 정치개혁특위 간사를 맡아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3개 정치관계법 개정도 주도했다. 2003년 9월 당 연찬회를 전후해서는 '5공 인사 퇴진'등 인적 쇄신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4년 그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를 떠나 대중에게는 참신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각인시켰다.
그러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혜성같이 등장해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물리치며 민선 4기 서울시장에 올랐다. 이어 4년 후인 2010년에도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후보로 부상하게 됐다.
자신은 두 차례의 시장선거에 거푸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으나 시정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청장과 시의회 의원의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사사건건 오 시장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마찰은 무상급식 문제에서 빚어졌다.
작년 12월1일 시의회 민주당 측이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하자 오 시장은 시정협의를 중단하고 1월10일 주민투표 카드를 내걸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21일엔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시장 직을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벼랑 끝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개표요건에 미달했다.
오 시장이 앞으로 어떤 정치 행로를 밟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승부수를 기점으로 또 다른 정치 인생을 기약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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