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과정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측의 상대 후보 매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권의 반격이라는 시각이 가장 많이 대두된다. 곽 교육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 초ㆍ중ㆍ고 전면 무상급식 추진 계획을 실행해온 진보진영의 떠오르는 아이콘이었다.
특히 그는 보수진영이 승부수로 빼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투표거부 운동으로 좌초시켜 오 시장이 26일 조기 사퇴를 선언하게 하는 등 여권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이번 수사가 여권이 주민투표 패배로 불리해진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시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여권이 패배한 지 이틀 만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설령 곽 교육감의 혐의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권이 주민투표에서 진 뒤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누가 봐도 정치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근 '종북좌익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립을 둘러싼 강정마을 사태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공안정국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연장선상에서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 방지를 위해 검찰이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어쨌든 검찰의 진의와 무관하게 야권은 '정치 보복'이라는 논리로 이번 수사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수사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보수진영에선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난립한 반면, 진보성향의 박명기 후보가 선거 막판 극적으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합류하면서 곽 교육감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정황을 보면 후보 매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과거 정치권에서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후보에게 선거 기간 지출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관례가 있었던 만큼 반드시 후보 매수 명목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사 착수와 동시에 정치적 논란이 증폭되는 만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를 전격 체포한 것에서도 전광석화처럼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수사가 곽 교육감으로 향하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당분간 정국이 격랑에 휩쓸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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