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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춘천 산사태 한달/ 눈물도… 상처도… 채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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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춘천 산사태 한달/ 눈물도… 상처도… 채 가시지 않았다

입력
2011.08.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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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104년 만의 폭우로 서울 우면산과 강원 춘천시에서 산사태가 발생, 수십명이 희생됐다.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흘렀지만 취재진이 찾은 현장엔 당시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대로 위로조차 받지 못한 유가족들의 슬픔은 전혀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대책을 마련한다던 당국은 예산 탓만하며 사고 수습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상처만 준 곳 떠나고 싶지만…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54번지. 볕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방 두 칸에 어른 8명, 아이 1명이 살고 있었다. 한달 전 산사태로 집을 잃은 이들의 임시 거처였다. 산사태 직후 임시 대피소였던 교회, 학교를 전전하던 이들은 학교 개학 이후 동사무소가 마련해 준 이 방에서 지내고 있다. 4세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반지하방에서 선풍기 한 대로 무더운 여름을 견딘 것이다.

2주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김모(59)씨는 "살던 집은 산사태 당시 물이 가득 차 아직 도배도 못한 채 선풍기로 벽을 말리고 있다"며 고단한 이재민의 삶에 힘겨워 했다. 산사태로 한살배기 아들을 잃은 송모(46)씨는 "서울시나 서초구, 정부 어느 곳도 책임을 지지 않고 대화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사태가 들여 친 방배동 래미안힐아파트에서 도배일을 하는 남편을 따라갔다 숨진 이모(63)씨의 사위 지석진(39)씨는 "장인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구청 공무원들은 이런 유가족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춘천 펜션 산사태로 인하대 재학 중이던 아들을 잃은 김성규(55)씨도 "새벽마다 아내와 번갈아 울면서 지낸다"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서초구청과 춘천시는 희생자 보상, 사고 원인 조사 등의 과정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유가족의 상처를 더하고 있었다.

개선 대책 없는 현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전원마을과 형촌마을 일대는 멀리서 보기에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도 토사가 찬 채 버려진 집들이 많았다.

우면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던 현장에서는 굴삭기 한 대가 50m 능선 지점에서 부지런히 부러진 나무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토사는 여전했고 경사면의 모습은 사고 직후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복구를 맡은 산림토목사업소가 토사가 흘러내리는 지역을 거적으로 덮어놓고 있었지만 현장 공사 관계자는 "비만 오면 산사태가 재발할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춘천의 경우 산사태가 덮쳐 파괴된 건물 3개 동을 제외하고 주변의 민박집이나 음식점 등은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희생자가 집중된 춘천민박의 경우 사고 조사를 위해 주변만 정리하고 건물의 피해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의 근본적 대책 마련 작업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산사태 방지 주무기관인 산림청은 지자체와의 산사태 예보 협력 시스템을 위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지자체 역시 산사태 위험지역 관리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재난 예보 문자시스템도 3G 휴대폰에서 무용지물인 현실은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산림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지적된 산사태 위험지 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480억원의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예산 타령만 늘어놓았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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