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타밈 안사리 지음·류한원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608쪽·2만8,000원
21세기 첫 10년여 세계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경제 위기를 제외하면 가히 이슬람의 역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9ㆍ11 테러는 이미 현대사 교과서의 목차에 들어 있고 그 뒤 이어진 미국 등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공격은 관중석에 있어도 될 법한 한국까지 그라운드로 불러 냈다. 9ㆍ11의 충격을 다독였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이슬람 민주화 열풍이다.
'이슬람'을 키워드로 한 이 같은 사건을 거의 매일 접하면서도 이슬람을, 특히 이슬람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천년 이상 이슬람 세계와 애증의 관계를 지속해온 서구와 달리 우리는 이해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탓이 클 것이다. 관심을 갖고 사건을 살펴보더라도 주요 해외 언론을 통해서라면 서구의 시각에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9ㆍ11 이후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책 중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만큼 포괄적이면서, 서구 편향적이지 않게 정리한 책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해 살며 저술 활동을 펴고 있는 저자 타밈 안사리(63)는 6세기 무함마드의 출현부터 이슬람 제국의 건설, 십자군전쟁과 몽골의 침략 등을 거쳐 최근 몇 세기 동안 이슬람을 황폐하게 만든 이념 운동과 9ㆍ11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세계의 거대한 흐름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가미해 가며 빠른 호흡으로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의>
20세기 전까지 긴 역사는 지리적으로 지중해권과 중국 사이에 있어 저자가 '중간세계'라고 부르는 이슬람권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그만이다. 이후의 현대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비롯해 여러 이슬람국가의 독립, 이후 사회변화와 정치운동 상황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9ㆍ11의 토양이 됐던 이슬람 원리주의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슬람 역사와 함께 일반적으로 서구 시각으로 해석해 왔던 사건을 이슬람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대비해 보여주며 저자는 '무슬림이 싸우는 대상은 미 제국주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이며 혁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상적인 이슬람공동체'라고 지적한다. '지하드' 역시 서구가 윤색한 것처럼 성스러운 '전쟁'이 아니라 이슬람식 사회정의운동이 본뜻이다. 그리고 옛 소련 붕괴 이후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처럼 서구식 자유와 민주주의가 모든 것의 귀결이라고 믿는 지식인들에게 이렇게 경종을 울린다. 9ㆍ11이 증명한 것은 후쿠야마가 틀렸다는 것이며, 적어도 이슬람에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라고.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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