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시장직에서 사퇴함으로써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사상 초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점과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이 같은 정치적 무게가 있는데다 이번 선거로 향후 복지 정책의 가닥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 건곤일척 승부를 앞둔 여야의 표정에선 비장감마저 읽힌다.
서울시장 보선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치러지는 정치의 해다. 향후 4~5년 대한민국호의 키를 누가 쥐고 가느냐를 두고 여야 간에 한판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장 보선이란 큰 싸움판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시장 보선 결과가 총선 및 대선으로 이어지는 함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정권 심판'에너지가 어느 정도 흡수되고 나면 총선과 대선은 여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선이 도미노가 돼 총선과 대선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야당에 유리할 것이란 반박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어찌 됐든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수도 서울의 민심이 드러날 것이고,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확인될 민심의 예고편이다. 결과에 따라 여야의 정책 방향과 총선ㆍ대선 전략이 바뀔 수 있고,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요동칠 수 있다.
복지 정책 방향 결정할 복지전쟁 2라운드
10ㆍ26 보선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기 때문에 복지 논쟁이 이번 선거의 주요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 '복지 전쟁' 2라운드가 벌어지는 셈이다. 한나라당 후보로선 24일 주민투표 당시 투표장을 찾은 상당수의 보수 유권자들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구호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이에 맞서 무상 의료 '3+1 무상복지'(무상 의료∙급식∙보육+반값 등록금)시리즈 등 보편적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복지 대 반(反)복지의 선명한 대결이어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장 보선은 개봉되지 못한 24일 주민투표 투표함을 다른 방식으로 열어 보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향후 대한민국의 복지 정책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다.
물론 여당 내에선 주민투표에서 사실상 패배한 만큼 복지 정책에 대해 다시 입장을 정리해 보선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서울시장 보선에서는 오 시장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 아니라 유턴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이냐, 인물론이냐
야당은 보선 국면에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에 앞서 정권 심판이란 무기를 미리 사용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인물론'으로 방어에 나설 것이다. 정권 말기라는 점에서 야당이 내세울 정권 심판론이 어느 정도 먹힐 가능성이 크지만, 여야가 어떤 인물을 후보로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 열기가 상당한데다 주민투표와 관련해 오 시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아 야당의 낙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평일 선거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보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다시 불러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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