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쫓아낸 일화를 소개하면서 시장직에서 사퇴한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즉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진 오 시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당협위원회 조찬간담회에서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黨人)과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이어 "오 시장은 사퇴할 상황이 된다면 잔무를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마친 뒤 10월 초에 사퇴하겠다는 얘기를 청와대와 당에 세 차례나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당은 오 시장의 사퇴 시기에 대해 단 한마디도 요청하거나 얘기한 바 없다"면서 "마치 당 지도부가 10월 보궐선거를 없애기 위해 오 시장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의 격노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홍 대표는 "어젯밤 10시에 오 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냈다"면서 "오 시장이 당과 협의했다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했던 것으로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오 시장에게 세 번이나 농락당했다"면서 "오 시장은 이벤트로 출발해 이벤트로 끝났다. 오세훈은 오늘로써 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사전에 당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민투표를 강행한 것과 주민투표율과 시장직을 연계한 것, 10월 초 사퇴 약속을 번복하고 즉각 사퇴를 결행한 것 등을 비판한 것이다.
한나라당도 오 시장이 당과 사퇴 시점을 조율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불쾌감과 당혹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당연한 사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나라당의 책임론도 함께 부각시켰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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