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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사형제 폐지 외쳤던 김일수 교수 정년퇴임/ "연구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지식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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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사형제 폐지 외쳤던 김일수 교수 정년퇴임/ "연구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지식인의 책임"

입력
2011.08.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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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에 고립된 지식인이 아닌, 현실 속에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지식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983년 처음 교단에 섰던 김일수(65) 고려대 법학과 교수가 26일 모교에서 정년퇴임 했다. 김 교수는 이재상 이화여대 법학과 석좌교수와 더불어 국내 형법학계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당연히 법전에 파묻혀 지냈을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그가 사랑한 곳은 '현장'이었다. 90년대 초 낙태 금지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고, 이후엔 금융실명제 개정을 촉구하며 종로 거리를 누볐다. 당시만 해도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결국 낙태는 금지됐고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됐다. 그는 "내가 대학에서 연구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당연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형폐지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낙태반대운동연합 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의장,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현장을 지켰다. 지금은 경찰행정의 최고 심의ㆍ의결기관인 경찰위원회 위원장과 범죄의 원인을 연구해 국가의 형사정책을 수립하는 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그는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하려던 법학과 신학의 접목에 대한 연구를 깊이 있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앞으론 '사랑의 형법학'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법철학과 형법을 전공한 김 교수는 처벌보다는 회복과 치유에 중점을 두는 형사정책에 천착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전통적으로 죄를 응징하면 범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범죄자와 피해자를 아우르는 형사정책 즉 '인간의 얼굴을 한 형사정책'이 긴요하다"며 "이런 형사정책이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사랑의 형법학', '희망의 형법학'을 제목으로 한 책을 출간하겠다는 생각도 이런 연유에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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