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자녀를 부당 채용하고, 고객 신용정보를 마구 훔쳐보고,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 떠안고….
대주주 론스타가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돼 있는 사이,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각종 비리와 허술한 내부관리가 난무했다. 금융당국의 종합검사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총체적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8년 하반기 공개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의 자기소개서에 대해 만점을 줬다. 그 덕분에 이 임원 자녀는 자기소개서를 제외한 서류전형 점수가 1차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면접 대상자로 선정됐고, 결국 면접마저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저히 합격할 점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자녀라는 이유로 특혜를 줌으로써 다른 지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고객 신용정보를 제 멋대로 들여다봐 온 사실도 적발됐다. 200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직원 14명이 개인신용정보를 무려 1,173회나 부당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측이 신용정보 취급이나 조회 권한을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부여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이나 투자 관리도 주먹구구 식이었다. 2006년 11월 한 회사에 3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허위 자료를 파악하지 못해 무려 대출원금의 80%에 가까운 233억원의 손실을 봤다. 또 미국의 한 은행 주식을 117만주나 사들였음에도, 이를 관리하기 위한 내규를 제정하거나 손절매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가 하락으로 148억원의 손해를 봤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외환은행에 기관주의 및 5,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직원 12명에 대해서도 과태료와 정직(1명), 감봉(1명), 견책(5명), 주의(6명) 등의 조치를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리스크 관리나 준법감시 등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배당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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