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공돌이'라고 불리다 최근에는 '기능인' '숙련기술인'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 말이 그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시각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지요. 구조적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또 전문계고 출신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전문계고 출신으로 지난 19일 금오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 작업반장 이동형(51)씨.
그는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한 뒤 군 입대했던 기간을 빼고는 내내 산업현장을 지킨 기능명장이다. 1985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해 지금은 작업반장으로 근무한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이 10여 개나 되는 전기분야 최고 전문가다. 2003년 전기분야 기능장 자격을 땄고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전기기기 명장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 나온 이들도 받기 힘든 명예박사 학위까지 받은 고졸 출신 이씨, 그는 고학력 사회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_ 직장생활 하면서 서러웠던 일은 없었나.
"전문가들이 아닌 대졸 출신자들이 상사로 들어와 현장을 모르면서 이런 저런 지시를 할 때가 가장 자존심이 상했다. 좀 현장을 알아줬으면 하는데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들어와서 서로 일 때문에 부딪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임금 격차도 상당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의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었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기술을 연마했다. 나중에는 그런 것들에 대해 인정받았다. 또 그때는 고졸 출신 임원들도 제법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_ 학력 차별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마이스터고나 실업계고를 많이 키우는 것은 좋다. 문제는 이들 고교에서 산업현장에 맞는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내가 현장에서 겪은 대졸자들은 어찌 말하면 '어린 아이' 같았다. 대학에서 이론만 배웠지 현장은 전혀 모르고 회사에 들어온다. 현장에 당장 적용이 안되고, 현장 파악하는 데 만 10년씩 걸린다.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반면 그들은 과장, 부장 등으로 진급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급이라는 것이 없다. 현장반장만 15년씩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산업현장이 그럴 것이다. 그 사람들과 월급도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전문계고 출신들도 실력을 쌓아야 한다.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이후에는 대졸 출신들과 월급 차이가 없어져야 한다. 현장에 있다 보면 외국회사 기술자들과 일을 많이 한다. 그들은 대부분 고교졸업자이거나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하지만 대우가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 자존심도 대단히 강하고 회사 내에서 힘도 있다. 가끔씩 기능명장 자격으로 전문계고에서 학생들에게 진로 지도를 할 때가 있다. 일종의 멘토 역할로, '열심히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계고 졸업하고 몇 년 뒤에는 회사에서 어떤 직책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등의 얘기는 하지 못한다. 그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
_ 직장생활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뭔가.
"통상 오후 7, 8시에 퇴근하지만 사실 집에서도 늘 비상대기를 한다. 현장은 계속 가동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로 뛰쳐나가 문제를 파악하고 정리를 해놓고 새벽에 들어온다. 그때가 늘 기분이 좋다. 나로 인해 문제점이 해결되고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기쁨이다. 장치산업은 안전이 늘 고민이다. 또 독일이나 일본 등의 외국인 기술자들과 공동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들이 우리 기술이 앞선다는 것을 인정할 때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_ 학력 인플레 사회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 예우(월급 포함)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 그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 나도 아들에게 무조건 대학을 가라고 한다. 지금과 같이 고졸 출신들이 박대를 받는 상황에서 전문계고를 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임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공기업 등도 고졸자들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떼주는 데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가 있나."
_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소감은.
"정말 기쁘다. 하지만 남들처럼 학위 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한 것도 아닌 근로자인데도 불구하고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게 부담이 크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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