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문제가 결국 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실 대학들까지 국민세금으로 연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올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을 원만히 추진하기 위해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 전문성과 공신력 있는 평가를 통한 대학의 질 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전문성 공신력 의심받는 민간평가
대학평가는 타당하고 신뢰성 있는 근거에 의해 대학이 보유한 가치와 질적 수준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활동이다. 때문에 대학평가는 질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고등교육 서비스로부터 고등교육 수요자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부실대학을 사전에 걸러내고 발전을 자극하는 강력한 질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대학 구조조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대학평가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성과 공신력이다. 부실 대학을 걸러내기 위해선 다수가 동의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대학평가체제가 완비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공신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평가는 대부분 민간에 의한 자율평가여서 전문성도 공신력도 모두 약하다. 정부도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시 나름대로의 평가를 진행해 왔지만 전통적인 저비용 저효율의 평가, 사업별 임시 평가단 운영, 대학교수 위주의 공급자 중심 평가체제로 전문성과 공신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등교육이 국가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독립된 평가 기구를 중심으로 이미 대학에 대한 강력한 질 관리를 실시해 오고 있다. 고등교육인증협의회(CHEA)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지역별 인증기구, 영국의 고등교육질보증기구(QAA), 일본의 대학평가․학위수여기구(NIAD-UE), 호주의 고등교육질관리기구(TEQSA) 등은 모두 국가 수준의 독립된 대학평가전담기구이다. 또한 최근 EU에서는 '유멀티랭크(U-Multirank)'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의 투명성 확보 수단으로서의 순위평가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기존의 순위평가가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 하는 새로운 랭킹 시스템을 개발하여 세계대학 순위평가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재정지원과 연계된 대학평가의 경우 영국의 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E)와 미국과학재단(NSF) 등의 평가가 공신력을 갖춘 평가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학 구조조정과 동시에 질 관리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체제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대학 구조조정과 질 관리를 위해서는 좀 더 견고한 평가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예컨대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대학을 평가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국가적 수준의 대학평가전담기구를 상설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이러한 기구는 기존의 규제(정부)와 질 관리(평가기구)의 분리된 체제를 통합한 실행력을 보유한 평가기구가 되어야 한다.
국가 수준의 평가 전담기구 시급
또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학평가준거와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평가지표는 평가결과를 입증해주는 직접적인 자료이자 대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간접적인 유인체계의 역할도 한다. 따라서 평가가 지향하는 바, 그리고 수요자 및 정책 입안자가 원하는 바를 지표에 정확히 반영해야 물평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부실 대학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라면 대학평가에 의한 질 관리는 평소에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건강검진과 같다. 공신력 있는 건강검진 결과가 고등교육의 정책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어야 지식 창출과 우수 인재 배출의 산실인 대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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