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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중국 인터넷 달군 명품녀·엄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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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중국 인터넷 달군 명품녀·엄친녀

입력
2011.08.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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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업은 '부패화 신' 몰매… 재벌 2세 '모범적 삶' 호평

올 여름 중국 웨이보(微博)는 두 명의 20대 여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고가의 수입차를 타며 프랑스 핸드백 등으로 치장한 20세의 명품녀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사회공헌 활동에 분주한 미모의 엄친녀. 네티즌들은 젊은 두 여성을 통해 중국 사회의 현주소를 조명하려 했다. 두 여성의 삶을 파헤치는 네티즌들의 활동이 인터넷 마녀사냥을 연상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그 역시 21세기 중국의 한 단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웨이보는 중국판 트위터로 지난달 고속철 충돌사고 현장을 생생히 전달하고 공무원 비리사건을 사회이슈화 하는 등 중국 여론을 이끄는 중요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부패상 보여준 20대 명품녀

지난달 초 웨이보 검색어 순위에는 궈메이메이(郭美美)베이비라는 20세 여성의 아이디 이름이 순식간에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초호화 별장에 살면서 이탈리아산 슈퍼카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를 타고 고가의 명품 에르메스 핸드백을 둘러 맨 미모의 이 여성에 네티즌들이 홀린 듯 빠져들었다. 이 여성의 직업 인증란에 중국적십자 상업총회(홍십자 상홍회) 총경리라고 돼있어 더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관심은 의문으로 다시 분노로 바뀌었다. 20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적십자인 홍십자 소속 상업기구의 최고경영자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홍십자에 기부한 돈은 어디로 갔나' '자선기구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사치스럽게 생활할 수 있을까' 등 비판성 댓글을 붙이기 시작했다.

홍십자회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궈메이메이가 속한 기관과 홍십자는 관계가 없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궈메이메이의 실명이 궈메이링(郭美玲)으로 밝혀지고 그가 홍십자 부회장 궈창장(郭長江)의 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그의 정체를 더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가 속한 상홍회가 실제 홍십자회 소속 기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홍십자회의 자선기금 유용과 부정부패를 질타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사회적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마침내 궈메이링이 홍십자회 관련 기구 중훙보아이자산관리 이사인 왕쥔(王軍)과 내연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왕쥔은 이를 인정하고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인터넷국에 따르면 궈메이메이 사건에 참여한 네티즌은 1억명에 달했다.

이 사건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자선기구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번져 선전 홍십자회의 경우 7월 한달 동안 들어온 기부금이 달랑 100위안(1만7,000원)에 그쳤고 헌혈도 전국적으로 급감해 혈액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다.

푸얼따이의 새 전형 제시한 엄친녀

'궈메이메이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웨이보에서는 또 다른 20대 여성이 주목을 받았다. 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공략 대상인 아프리카의 빈민촌에 20억위안(3,366억원)을 들여 학교 1,000여개를 지어주는 '중국-아프리카 희망공정' 프로젝트를 이끄는 미모의 24세 여성 루싱위(盧星宇)가 주인공이었다.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농민공 자녀들이 다니는 베이징(北京) 외곽 학교들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상황에서, 멀리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주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많기에 희망공정 프로젝트를 이끄는 루싱위를 곱지 않게 보는 네티즌이 많은 게 사실이다. 홍십자회와 마찬가지로 희망공정 프로젝트를 이끄는 단체 역시 기부금의 10%를 관리경비로 사용한다는 것도 꺼림직한 느낌을 주었다. 희망공정 프로젝트를 이끄는 루싱위가 중견 기업 톈주(天九)투자그룹 회장의 딸로 재벌 2세인 '푸얼따이(富二代)'라는 점 역시 반감을 불렀다. 네티즌들은 궈메이메이의 이름을 따 그를 루메이메이라고 부르며 '돈 있는 집안의 딸이 사회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고물가에 찌든 농민공 자녀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의 사회 위화감만 조성한다' 는 등의 비아냥 섞인 댓글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그의 활동을 달리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방송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인 루싱위가 세계 각국을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푸얼따이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엄친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루싱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둘로 갈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웨이보에서 "네티즌들이 앞으로 사회에 대한 나의 행동과 실천을 지켜본다면 푸얼따이가 아닌 '런(仁) 2세'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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