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원 81명(공화 55, 민주 26)이 휴회 기간 동안 차례로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무슨 볼일이 있기에 전체 의원(435명) 5분의 1이, 게다가 최근까지 정부부채 협상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던 그들이 여름휴가 목적지로 같은 곳을 선택한 걸까.
25일(현지시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의 보도가 그 해답을 줬다. CSM은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의원들의 방문 비용을 댔다"며 "미 하원이 백악관에 이스라엘을 지원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IPAC는 미국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유대인 단체로, 1954년 창설 이후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미국 정부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지속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 대선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조직이다.
AIPAC가 거액을 들이며 유례없이 많은 의원에게 '성지순례' 기회를 제공한 것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일방주의 정책을 이어가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둘의 관계는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네타냐후 총리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고 올해 5월 방미에서는 의회에서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반대하는 연설을 하며 앙갚음을 했다. CSM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서로를 의심하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미 의회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된다"고 풀이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의 몸이 단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유엔이 다음 달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자격을 결정하는 표결을 앞두고 있는 것. 미 의회의 영향력을 이용해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에서 독립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그들의 의도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매년 미국으로부터 받는 30억달러의 원조자금이 재정위기를 이유로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그들의 속셈이라고 CSM은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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