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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사라진 애플… 사과의 마법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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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사라진 애플… 사과의 마법 계속될까

입력
2011.08.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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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애플의 CEO 그 이상이었다. 그는 애플의 영혼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잡스를 그렇게 평가했다. 다혈질에 독단적이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IT 역사를 통틀어 그와 견줄 인물은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과연 영혼을 잃은 애플은 세계시장에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아이(i)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 존재는 할 수 있는 것일 까. 시장의 우려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잡스 스타일

잡스는 애플의 정점이었다. CEO여서가 아니라 제품구상부터 의사결정까지 모든 것을 그가 독점하는 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선 "가장 개방적 기기를 만드는 애플이 가장 폐쇄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은 하나의 미스터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잡스 밑에는 독립부서를 지휘하는 9명의 수석부사장이 있다. 하지만 자기 관할 분야 외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오로지 한 사람, 잡스만이 모든 부서의 내용을 알고 있을 뿐이다. 정보는 교류되지 않고 잡스에 의해서만 독점될 뿐이다.

애플에는 '톱 100'으로 알려진 핵심멤버 회의가 있다. 이 중엔 고위직도 있고 평직원도 있다. 그런데 이 100명조차 전체 2만5,000여명의 임직원 중에서 잡스가 직접 골라 뽑는다. 잡스는 이들만이 참석하는 비밀회의에서 자신이 구상한 제품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 도청이나 해킹을 우려해 회의장소에는 모든 전자장비가 제거된다.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 방영되는 제품광고도 잡스의 마음에 들어야 나갈 수 있다. 심지어 아이폰을 넣는 포장케이스조차 잡스가 수 개월 동안 직접 고민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독단적 성격이다 보니 측근도 별로 없다.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루빈스타인 HP수석부사장의 경우, 한때 '잡스의 오른팔'로까지 불렸지만 결국 성격차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케이스.

때문에 잡스의 이런 경영스타일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그가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낸 카리스마 넘치는 천재란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잡스 그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만큼 회사와 CEO가 동일시됐던 기업도 없다"고 말했다. 잡스는 애플 그 자체였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잡스 없는 애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물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오랜 기간 병을 앓아왔고 병가도 잦았던 만큼 잡스는 '포스트 잡스'에 대해 충분히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것. 팀 쿡을 후임으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크놀러지 비즈니스 리서치(TBR)의 애널리스트 에즈라 고티헤일은 "애플은 괜찮을 것이다. 애플은 차기, 또는 차차기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안내자를 잃었지만 (임직원들은) 행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패드 출시 당시에도 잡스는 병가 상태였지만, 이 상품은 차질 없이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보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아무리 팀 쿡을 정점으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배어 있는 잡스의 예지력이나 직관력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잡스가 떠난 이후에도 '잡스의 아이들'이 계속 애플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단기적으론 별 탈이 없다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은 잡스의 공백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동향 분석회사인 엔더리그룹의 로브 엔더리는 "토머스 왓슨 주니어가 사임했을 때의 IBM이나 월트 디즈니가 사라진 디즈니,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기업들은 대부분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마법도 함께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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