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주도했던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삼성전자가 반전의 돌파구를 찾았다. 당초 수세에 몰리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삼성전자는 특허공방의 핵심인 '디자인 모방'쪽에서 사실상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의 결정은 겉으로는 애플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삼성전자의 판정승이나 다름없다. 이날 헤이그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 시리즈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에서 10건의 특허침해사항 가운데 9건에 대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유일하게 배타적 권리로 인정한 애플의 지적재산권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상에서 사진을 손가락으로 밀어 넘기는 '포토 플리킹'기술.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두 건의 특허와 디자인권, 복제권 등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공방의 핵심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외형 디자인을 삼성전자가 베꼈는지 여부였는데 헤이그법원은 이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경우 독창성과 모방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데다 애플의 사진조작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특허 침해가 인정된 포토 플리킹 기술의 경우 삼성전자가 다른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있어 실질적 타격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IT전문지인 웹베렐트는 "애플의 포토 플리킹은 비교적 간단하게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업데이트 등의 방법으로 특허 침해를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요구대로 판매금지 가처분은 받아들여졌지만 그 대상은 한정됐다. 태블릿PC인 갤럭시탭 10.1은 가처분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갤럭시SㆍS2ㆍ에이스 등 3개 스마트폰 제품만 10월 14일부터 네덜란드 지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독일법원 판결 9월로 연기
한편, 당초 이날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갤럭시탭 10.1에 대한 독일내 판매 및 마케팅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다음달 9일로 연기됐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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