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가면 웬만한 군 소대 하나쯤은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빈말이 아니었다. 수도권 곳곳에서 매장을 차려놓고 한국군 점퍼 모사품부터 주한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훈련용 미사일까지 버젓이 거래한 업자들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일반인의 소지가 금지된 공중요격용 유도미사일 발사기 등 군용품을 불법 유통하려 한 혐의로 판매업자 윤모(54)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한국군 지방재건팀(PRT)의 디지털무늬 야전점퍼와 유사한 중국산 군복을 국내에 반입, 판매한 김모(35)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용도가 다한 군용품은 해당 부대와 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 폐기돼야 하고 일반에 유통되는 것은 불법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 등은 지난 2000년부터 청계천 벼룩시장과 군용품 폐기물업체 등에서 미군부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공중요격용 유도미사일 발사기와 훈련용 미사일, 박격포용 M4가늠자, 야간투시경 등을 구입한 뒤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경기 동두천시에 무허가 매장을 차려놓고 10만~20만원에 유통한 혐의다. 이들이 판매한 물품 중 유도미사일 발사기와 훈련용 미사일은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군용품으로 폭발가능성이 없고 일반인이 작동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야간투시경도 현재 한국군이 사용하는 수출통제 품목이다. 경찰은 압수한 군용품에 적힌 고유번호를 미군 측에 넘겨 조회를 요청하는 등 유출 경로를 수사 중이다.
또 판매업자 김씨는 2009년부터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디지털무늬 야전점퍼 등 유사군복 300여 점을 중국보따리상으로부터 구입하거나 미국에서 수입, 인터넷 쇼핑몰 및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매장에서 한 점당 15만~17만원에 판매한 혐의다.
경찰관계자는 "올 들어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 기지가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12차례 공격받은 바 있다"며 "유사 군복이 범죄조직에 유입될 경우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리군이 하반기 신형군복 제작을 앞두고 모사품이 북한으로 들어가면 군의 피아 식별이 힘들어질 우려가 있어 군 당국과 협조해 단속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s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