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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문학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강정마을 찾은 문학인들, 농성 현장 보며 성찰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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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문학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강정마을 찾은 문학인들, 농성 현장 보며 성찰의 탄식

입력
2011.08.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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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그것이 깨졌을 때만 보이는구나 싶어요. 앞으로 깨질 평화가 또 얼마나 클지 모르겠네요."(소설가 박금산씨)

24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 경찰과 주민의 길고 긴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문학인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문인, 평론가, 연구자 등이 모인 실천포럼이 이날 저녁 강정마을 해안가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반전 평화를 위한 문학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해안가의 대책위 농성장은 밤 늦게까지 텅 비었다. 이날 오후 강동균 마을회장 등 5명이 공사를 막다 업무 방해 혐의로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장으로 몰려간 주민 200여명은 강 회장을 태운 경찰차량을 에워싸고 당장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격렬한 몸싸움도 벌였다.

대치 상황이 밤 늦게까지 이어지자 실천포럼이 준비한 행사는 자연스레 무산됐다. 서울에서 내려온 시인 손택수씨, 소설가 박금산씨, 이명원 실천문학사 편집주간, 고명철 실천포럼 위원장, 문학평론가 고영직 서영인 김종훈씨 등 10여명과 제주에서 활동중인 시인 김수열 김경훈씨는 해군기지가 조성될 일명 '구럼비 해안'을 둘러보며 허탈함과 아쉬움, 슬픔에 잠겼다.

서울서 내려온 문학인 대부분은 강정마을 방문이 처음이었다. 제주시의회가 해군기지 공사 진행을 위해2009년 12월 이곳을 절대보존지역에서 해제하긴 했으나, 기묘한 현무암으로 이뤄진 2km의 해안은 한 눈에 봐도 절경이었다. 손택수 시인은 "우주가 탄생한 기억을 간직한 바다, 이 아름다운 곳을 지켜 나가는 것이 문학의 한 모습일 텐데, 다시 한번 문학으로써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말했다. 농성 주민의 아이들로 보이는 꼬마 몇몇이 놀고 있는 해안가는 어둠이 깃들며 적막했다. 평론가 김종훈씨는 "저 아이들이 크면 공권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라고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반대편에는, 동북아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방어력을 갖추기 위해 기지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투쟁을 함께 해온 김수열 시인은 "기지 건설의 필요성에도 의문이 들지만, 무엇보다 주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고, 평론가 서영인씨는 "제주를 평화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평화의 상상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4ㆍ3 사건의 비극을 안고 있는 제주는 노무현 정부 시절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으나, 기지 건설 문제로 이젠 '갈등의 섬'으로 변했다.

현실의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문명 전체를 성찰하는 것이 문학의 오랜 몫이었다. 이명원 주간은 "문학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공생 공락을 추구하는 것인데, 강정의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이 큰 틀에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문인의 역할이 아닐까"라며 "개발주의, 발전주의, 국가주의를 포괄적으로 성찰하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에는 문화예술계 여러 단체의 방문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약화한 문화예술계의 사회적 참여가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이런 문학인들의 다짐 한편으로 현실은 여전히 냉정했다. 25일 경찰청은 전날 강정마을 대치 상황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서귀포경찰서장을 전격 교체했다. 힘의 대결로 인한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브레이크는 누가 걸 것인가.

제주=글ㆍ사진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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