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거나 앉은 자세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오후쯤 다리가 뻣뻣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심한 사람은 붓거나 떨리거나 아프기도 한다. 짧은 바지나 치마를 많이 입는 요즘 여성들에겐 특히 신경 쓰이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각선미는 둘째치고 다리 건강에 우선 적신호다. 마사지하면 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간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여름 막바지 건강하고 예쁘게 다리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맥주병도 랩도 별 효과 없어
부은 다리를 빨리 편하게 가라앉혀 각선미 효과를 내기 위해 여성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5가지다. 가장 흔한 건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맥주병으로 문지르기. 그러나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단지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붓기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단단한 물체로 종아리를 계속 문지르면 피부에 물리적 충격을 주어 상처가 나는 수도 있다.
맥주병 다음으로 많이 찾는 건 비닐 랩. 랩으로 다리를 꽁꽁 싸매면 꼭 조이기 때문에 붓기를 뺄 수 있을 것 같지만, 효과보다는 부작용 가능성이 더 높다. 비닐로 피부를 감으면 통풍이 잘 안 되는데다 균일하지 않게 특정 부위에만 압박을 가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붓기가 빠지기는커녕 다리가 더 붓고 통증까지 생길 수 있다.
다리가 날씬해진다는 이른바 다리 전용 슬리밍크림도 있다. 그러나 붓기를 뺄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육이나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정맥 속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부은 경우라면 효과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지친 다리 근육을 기계적인 마사지로 이완시켜 날씬해지게 한다는 다리 마사지기구의 효과 역시 일시적일 뿐이라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다리가 붓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려운 데다 20만~40만원을 주고 사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도 있다.
최근엔 다리 성형수술도 인기다. 지방제거 수술부터 보톡스 시술, 종아리 퇴축술 등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하지만 시술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자칫 부작용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마취에 민감한 사람에겐 힘든 방법이다.
2~3분마다 양 다리 올렸다 내렸다
다리가 붓고 아프거나 떨리는 가장 많은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정맥기능부전을 꼽는다. 정맥혈관 안에 있는 판막(피가 거꾸로 흐르지 못하게 막아주는 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돼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근무여건이나 생활습관, 여성의 경우는 생리와 출산 때문에 생기는 호르몬 변화로도 정맥기능부전이 생길 수 있다. 심해지면 혈관이 툭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로, 계속 방치하면 중증습진이나 다리궤양으로 발전할 위험도 있다.
혈관이 두드러지게 돌출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할 때 예전에는 척추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며칠간 입원을 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부분마취에 당일 퇴원하는 레이저수술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증상 초기에 생활습관과 자세를 바꾸는 것이다. 이정상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오랫동안 서거나 앉아 일하는 것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그래야 할 땐 2~3분마다 교대로 한쪽 다리를 올렸다 내리면서 혈액순환을 촉진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너무 꽉 조이는 옷을 피하고 뜨거운 곳에 다리가 오래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엔 혈관벽의 탄성을 증가시키는 등 다리 정맥 자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약, 다리 부위별로 압력을 가해 혈액순환을 돕는 압박스타킹도 나와 있어 도움이 된다.
● 건강한 다리 만들기 생활 지침
■수영, 자전거타기로 다리운동 꾸준히 하기
■몸무게 늘지 않도록 관리하기
■섬유질 충분히 섭취해 변비 예방하기
■하체에 냉수욕하기
■휴식 때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두기
■서서 일할 때 무릎과 발목 자주 움직이기
■꼭 끼는 옷과 굽 높은 신발 피하기
■뜨거운 탕이나 찜질방에 오래 있지 않기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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