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점점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자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밖에 없고, 물가를 잡자면 경기 침체를 더 부추기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8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전달(102)보다 3포인트 떨어진 99로 5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CSI가 100 아래라는 것은 경기 상황을 나쁘게 보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론 현 경기에 대한 CSI가 전달 76에서 68로, 향후 경기전망 CSI 역시 88에서 77로 큰 폭 뒷걸음쳤다. 반면 향후 물가수준 전망을 보여주는 CSI는 149에서 151로 소폭 높아졌다. 경기는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4.0%)보다 높아진 연 4.2%를 기록했다. 2009년 3월(4.2%)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가 한은의 목표 상단인 4%를 넘어설 것으로 보는 소비자 비중도 전달 51.5%보다 크게 높아진 64.4%였다.
실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점치는 연구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 상황에 빠지는 'L자형' 추이를 보이는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김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4.0% 전망이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현재 국제환경이 너무 불확실해서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가신용 위험, 즉 '코리아 리스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른 한국정부 발행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4일 현재 149bp(1bp=0.01%)로, 작년 5월 26일(153bp)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가 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이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신용도가 나빠져 해외채권 발행 때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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