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시기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격돌하고 있다. 시장직 사퇴가 9월30일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보궐선거 시점이 10월26일과 내년 4월 총선 동시 실시냐로 갈리고, 그에 따른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크게 다른 탓이다. 여권은 그제 주민투표 패배가 확정된 직후 심야회동을 갖고 10월 이후 사퇴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10월 보선에서 지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작 오 시장은 조기 사퇴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여권이 정치적 타산에 따라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라는 점만은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 시장이 당초 서울시의회와의 무상급식 협상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민투표로 몰아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 대선불출마와 주민투표 패배 시 시장직 사퇴를 선언한 행위도 정책투표를 정치적 신임투표로 변질시킨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밀어붙인 투표결과가 주민투표 성립기준인 33.3%에 크게 못 미친 만큼 오 시장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내년 4월에 보선을 치르면 시정공백이 8개월 넘게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오 시장이 미뤄놓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정기 국회 국정감사까지 책임을 다 한 뒤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주민투표 패배로'식물시장'이 돼 시정 통솔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총선과 동시에 보선을 치르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지만 장기 시정공백에 따른 비용에 비교할 바 못 된다.
10월 보선이 내년 4월 보선보다 불리하다는 한나라당 수뇌부의 판단도 허구일 수 있다. 구차하게 시장사퇴를 미루다가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꼼수로 비치면 서울 시장보선은 물론 총선판세까지 더 불리해질 게 뻔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얄팍한 타산보다는 정도를 걷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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