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질빵'이라는 꽃이 있습니다. 처음 듣는 분은 아리송하겠지만 울산 은현리 여기저기서 흰 꽃을 피웁니다. 식물학자들이 미나리아재비과로 분류했으니 그쪽과 집안인 모양입니다만 그 이름에는 사위에 대한 장모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사위질빵은 덩굴성 목본식물이지만 질긴 다른 덩굴들과는 달리 쉽게 끊어집니다.
가을걷이에 와서 고생을 하는 사위 지게의 질빵 끈을 잘 끊어지는 이 풀꽃의 줄기로 만들어 사위 지게의 짐을 줄여 쉬게 했다는 장모의 사랑으로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그 반대편 자리에 '며느리밑씻개'가 있습니다. 은현리 물가에 며느리밑씻개가 많이 핍니다. 마치 연분홍 별사탕 같은 꽃이 피는데 줄기에는 갈고리와 같은 가시가 아래로 나 있습니다.
며느리를 괜히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들일 하다 볼일 보는 며느리에게 연하고 부드러운 풀잎이 아닌 가시가 있는 풀로 밑을 닦으라고 주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꽃의 이름은 사람이 짓지만 장모의 사위사랑과 시어머니의 며느리 미움을 자연에까지 비유해 놓은 것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저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면 꼭 자연의 친구가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름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름을 모르는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주말에 자연도감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들판에 나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일도 좋은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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