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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한국 소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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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한국 소설에 빠지다

입력
2011.08.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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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충무로가 소설과의 사랑에 빠져들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인기 소설 <도가니> 와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 <완득이> 가 영화화 돼 올 가을 개봉하는데 이어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뿌린 소설 <7년의 밤>도 스크린에 투영될 채비다. 소설을 향한 충무로의 연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장르소설에 구애를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충무로의 '보물창고' 정유정

최근 충무로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는 정유정 작가다. 사형수 아버지와 아들의 뜨거운 가족애를 서스펜스 깃든 문체로 묘사해 14만부가 팔린 <7년의 밤>은 영화사들간의 치열한 경합을 거쳐 위더스필름과 펀치볼이 공동 제작하게 됐다. 정 작가는 1억원대의 판권료를 받고 흥행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 작가치곤 이례적인 대우라는 게 충무로와 출판계의 평가다.

정 작가의 데뷔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와 2009년 세계문학상을 받은 <내 심장을 쏴라> 도 영화사 주피터필름과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정 작가의 소설 세 편은 스릴러 요소를 갖춘데다 시각적인 문체로 이뤄져 영화사들이 욕심을 냈다. 김장욱 펀치볼 대표는 "정 작가의 소설은 문체도 매력적이지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소재들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는 낯선 세상에 뛰어든 열 다섯 살 세 친구의 기괴한 여행담을, <내 심장을 쏴라> 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운명에 도전하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 도 내년 촬영 돌입을 목표로 시나리오 각색 작업 중이다. 전문 킬러들의 모습을 통해 운명에 저당 잡힌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이 소설은 스릴러와 누아르 등 여러 장르적 요소를 끌어 안고 있다. <설계자들> 은 상업적인 잠재력을 지닌 덕분에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사 TPS컴퍼니와 영화 판권 계약을 맺었다. 신인 박균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TPS컴퍼니의 김주경 프로듀서는 "박 감독이 대학 선배인 김 작가와 '설계자들' 집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를 갖게 돼 출판 전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리지널 시나리오 약세 속 장르소설 인기

대중성이 강한 장르소설이 영화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순수소설은 충무로에서 힘을 잃고 있다. 문학계에서 장르소설들이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김장욱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문예적 성향이 강한 소설들이 영화화 됐다면 최근엔 속도감 있는 장르소설이 채택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르소설의 강세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빈곤에도 기인한다.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드문데다 최근 투자사들이 시나리오 기획 개발비 지급에 인색해지면서 영화사들은 참신한 소재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탄한 내러티브로 신선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들에 제작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성공한 소설이 극장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다. 문장과 영상이 지닌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설 12편의 영화 판권을 보유한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아무리 대중적인 소설이라도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아차'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시각적인 문장을 앞세운 소설도 영화화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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