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족친화경영'이 뜨고 있다.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가정까지 적극 챙기기 시작했다. 가정이 행복해야 일터가 밝아지고, 일과 가정의 균형이 최고의 생산성을 불러온다는 새로운 자각이 확산된 덕분이다. 여직원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 시차출근제를 포함한 유연 근무제 실시, 아빠와 함께하는 각종 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해 임·직원 기(氣)살리기에 나선 기업들을 살펴본다.
■ 아모레퍼시픽, 여성 사원 위해 보육시설 힘써
아모레퍼시픽에 여성은 특별하다. 고객의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만은 아니다. 뷰티 산업의 특성상 우수한 감수성을 보유한 여성 인재를 키우고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는 요소다.
일하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뭐래도 자녀 양육.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우선적으로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7년3월 총 4억원을 들여 경기 수원 일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직장보육시설인 '아모레퍼시픽 수원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약 70평 규모로 만 1세부터 3세까지 25명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은 물론이다. 서울 용산(2004년 3월)과 경기 용인(2005년 7월)에 이은 세 번째 어린이집이다.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은 물론 친환경 건강식까지 제공하다 보니, 엄마들이 마음 놓고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학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 가장 큰 고민을 덜었다"며 만족해 했다.
여성 휴게실도 기존과는 차별화된다. 본사는 물론 4개 사업장과 4개 지역사업부에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기본인 휴게공간(바 테이블, 소파)을 비롯해 휴게시설(침대 2개, 발 마사지기) 등이 설치돼 있어 언제든 건강체크 및 건강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인관계, 직장 내 갈등, 결혼, 가정 및 자녀 상담, 경력개발 등 일과 삶의 영역 전반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심리상담해주는 '워크 라이프 코칭' 프로그램도 인기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한국석유공사, 일·가정 모두 챙기는 유연근무제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발도움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에서다.
물론 처음에는 신청하는 사람조차 없었다고 한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기 때문.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강영원 사장이 각 부서장에게 유연근무제 활용을 독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는 850여명의 직원 가운데 15% 가량이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직원도 있을 정도다.
석유공사는 유연근무제의 정착을 위해 오후 1~3시에는 불필요한 회의를 열지 않도록 하는 집중근무제를 추가로 도입했고, 매주 수요일에는 무조건 정시에 퇴근하는 '얼리 홈데이'(Early-Home Day)도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본사 사옥 1층에 직장 내 보육시설인 '돌고래 어린이집'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중에 오후 8시까지 만 3세 이하 영유아들을 돌보는 3개 반을 운영하는데, 직장맘은 물론 아빠들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여성인력 지원자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 중 여성직원의 비중은 13% 가량인데, 2015년께는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현대모비스, '캠핑카 가족여행' 등 이벤트
지난 5월 경북 문경, 어린이 30여명과 아빠 20여명이 함께 레일바이크 체험을 하고 있었다. 통상 가족이라면 엄마와 아빠, 자녀가 떠오르지만 엄마들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왠지 어색할 것 같은 분위기로 생각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아빠와 함께 열심히 페달을 구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직원 자녀들을 위해 실시한 '아빠와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 이벤트였다. 회사 측에서 평소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마련한 것. 행사에 참여한 한 직원의 자녀는 "모처럼만에 온 종일 아빠와 함께 하면서 매일 일찍 출근해 늦게 돌아오는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아빠의 일터 방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자녀들이 회사를 방문해 어떤 곳인지 둘러봄으로써 가족 간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취지다.
현재 현대모비스가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벤트 중에서 가장 호응도가 높은 것은 '캠핑카로 떠나는 가족여행'. 가족여행에 관한 사연을 공모, 심사를 통해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사연을 보낸 열 가족에게 캠핑카 여행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1박2일간 충남 태안 몽산포 해수욕장 오토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겼다.
이와 함께 직원 자녀들을 위한 이벤트도 매년 개최한다. 이번 여름에도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직원 자녀 200명이 참여한 가운데 2박 3일간 직원자녀 하계캠프를 가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LG하우시스, 직원 카운슬러가 동료 고민 상담
기업의 경쟁력이 회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와 가정의 조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런 이유에서 LG하우시스는 지난 2009년부터 '산업카운슬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총 20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산업카운슬러는 각 사업부문에서 경청과 대화, 커뮤니케이션에 자질이 있는 사람들로 선발돼 경쟁적 직무환경과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한 인간관계, 우울증 등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적 지식의 상담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전문 상담가와도 연계한다. 대화, 경청 등의 방법을 배우고 감수성 훈련 등 120시간의 전문교육을 받으며, 전문양성기관의 교육과정과 시험을 거쳐 산업카운슬러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다.
지난해 100여 명으로 구성된, 사원 대의기구인 '그린보드'도 가족친화경영의 대표적인 사례. 최고경영자(CEO)부터 사원까지 조직을 아우르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뜻을 하나로 모으고, 구성원 스스로가 힘을 합쳐 개인의 강점이 존중되고 집단 창의력이 발현되는 유쾌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그린보드는 구성원 간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제언을 경영진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그린보드를 통해 100건이 넘는 개선 아이디어가 발굴, 근로 및 사무환경 개선 등의 밑바탕을 제공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CJ제일제당, 최고 수준 직장보육시설 자랑
홈퍼니(home+company). 말 그대로 가정 같은 회사를 뜻한다. 국내 1위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은 다양한 출산ㆍ육아 지원책을 통해 이런 '홈퍼니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최고 수준의 직장보육시설 'CJ키즈빌'이 자랑이다.
최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 2층에 오픈한 직장보육시설인 CJ키즈빌은 1,000㎡(약 302평 규모) 넓이에 7개의 교실과 식당, 16명의 교사를 보유하고 있다. 생후 6개월의 영아부터 내년 3월 취학이 예정되어 있는 만 5세 이상의 유아반(한국 나이 7세반)까지 사실상 취학 전의 전 연령대 영유아 보육을 담당한다.
CJ키즈빌은 2008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처음 열었다. 그러나 자녀와 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임직원들의 바람과 등ㆍ하원 편의성을 고려해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등 CJ 계열사 4곳이 모인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 내에 확장 개원하게 됐다. 정원도 기존 47명에서 90명으로 늘었고 보육시간도 아침 7시30분~밤 10시까지로 길어져, 갑작스럽게 야근이 생겨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식단과 인테리어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침식사부터 점심, 간식, 저녁까지 4번의 식사가 제공되며, 식단은 모두 국산 친환경 농산물로 구성됐다. 인테리어는 친환경 페인트와 자작나무 가구를 사용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복층 구조로 설계돼 아늑한 다락방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영어 원어민 교사까지 도입해 교육프로그램의 질도 높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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