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동부 시베리아 울란우데 시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는 북측이 계속 해오던 얘기로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잠정 중단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이 문제를 언급한 맥락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ㆍ미ㆍ일 3국이 요구해온 6자회담 재개 사전 조치, 즉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 수용,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 등에 대한 응답이라면 의미가 있다. 물론 "6자회담 과정에서"의 잠정 중단은 한ㆍ미ㆍ일이 요구하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선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남북 핵회담과 북미대화 등 '1 라운드'를 거쳐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만큼 협상의 여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향후 김 위원장 언급의 진의를 파악하고,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6자회담 재개 동력으로 살려 나가야 한다.
정상회담에서는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과 북ㆍ러 경협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큰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위한 3자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남북관계 회복 없이는 가스관 연결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남북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한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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