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등 미국 동부지역에 23일 오후 1시 51분께(현지시간)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이 9ㆍ11테러 10주년을 앞둔 시점에 일어난 이번 지진을 테러 공격으로 오해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워싱턴 일대가 한때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CS)은 지진이 워싱턴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버지니아주 미네럴지역의 지하 6㎞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진은 1897년 버지니아주에서 일어난 규모 5.9의 지진 이후 동부지역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외신은 이날 워싱턴에서 워싱턴기념비 꼭대기에 금이 가고 도심 고층 건물이 흔들렸으며 일부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고 굴뚝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있었으나 사상자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서는 JFK공항과 뉴어크공항 관제탑에 한동안 소개령이 내려졌고 세계무역센터 터에서 진행되던 9ㆍ11추모공원 건설 공사 등도 일시 중단됐다. 진앙에서 24㎞ 떨어진 노스 애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2기는 지진 발생 직후 안전시스템이 작동해 가동이 즉각 중단됐으며 미국 철도망인 암트랙은 지진 이후 철로 점검을 위해 볼티모어_워싱턴 구간 열차를 감속 운행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국방부, 의회 등 관공서 직원들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느라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주민은 9ㆍ11테러를 떠올리며 "워싱턴이 폭격 당한 것 아니냐"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지진 직후 워싱턴 일대에는 안부를 묻는 통화가 폭주해 한동안 전화가 불통됐으며 워싱턴의 공공건물과 기업들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았다.
여름 휴가지인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전화회의를 갖고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이 밝혔다.
이날 지진은 진앙인 버지니아주는 물론 조지아주, 오하이오주, 뉴욕주, 캐나다 토론토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 미국에서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1,400회 정도 일어나며 6.0 이상은 150회 정도 발생한다. 하지만 대형 지진은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하는 서부 쪽에 집중되며 동부지역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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