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을 앞세워 치열한 항전을 계속 중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과연 어디에 은신해 있는 걸까. 그가 트리폴리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증언이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고향 시르테에서 또 다른 반격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과도국가위원회(NTC)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진정한 승리는 카다피를 잡았을 때"라고 강조했다.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가 어디 있는지, 트리폴리 내에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은 리비아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고, 카다피와 친분이 있는 키르산 일륨지노프 세계체스연맹 회장도 "카다피 장남으로부터 아직 아버지가 트리폴리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도 외신기자들에게 "가족들이 모두 트리폴리에 있다"고 확인했다.
카다피가 수도를 떠나지 않았을 공산이 높기에 아직은 트리폴리가 시민군의 최우선 목표이지만, 카다피가 관저 바브 알 아지지야를 떠났다면 은신처로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은 시르테다. 트리폴리 동쪽으로 360㎞ 떨어진 시르테는 여전히 정부군 통제하에 있고 정부군이 이 곳으로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군도 트리폴리 다음 타깃으로 시르테를 노리고 있다. NTC 관계자는 23일 "시민군이 오늘 밤쯤 시르테 바로 서쪽에 있는 라스라누프까지 진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군은 시르테 인근에서 15일에 이어 22일 내전 발발 후 두 번째로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 관계자는 "미스라타를 향해 미사일 3발이 발사됐지만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이 공격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전투기가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결국 망명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알 자지라는 앙골라와 짐바브웨를, 텔레그래프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미협약국인 쿠바나 베네수엘라를 카다피의 예상 도피처로 꼽았다. 텔레그래프는 "남아공이 튀니지 등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카다피 측은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함락하기 직전 미국과 절박하게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카다피 측근이라 밝힌 많은 사람들이 접촉해왔지만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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