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사는 김모(54ㆍ여)씨는 집중호우로 중부지방에 수해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동네 앞 목현천과 경안천 수위를 살폈다. 아직 범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집으로 돌아가던 김씨 앞에 다른 수마(水魔)가 나타났다. 경안천 지류인 송정 소하천 옹벽이 끊긴 곳에서 시뻘건 물이 쏟아진 것이다. 순식간에 송정동 일대 지하층이 잠기고, 1층에 세워 놓은 자동차들이 물 속으로 사라졌다. 김씨는 "원래 저지대라 하수도 역류로 인한 피해가 잦았지만 지난해 추석 직전 침수와 이번 수해는 소하천 물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수해로 2명이 숨지고 300가구가 침수된 송정동이 소하천의 끊긴 옹벽 문제로 시끄럽다. 옹벽이 피해를 키웠다는 시민 항의가 이어지자 시는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고 개선에 나섰다.
23일 확인한 송정 소하천은 주택가를 관통해 목현천과 합류한 뒤 경안천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소하천은 폭 약 6m에 철근 콘크리트로 된 옹벽 높이는 하천 바닥에서부터 3m 정도였다. 옹벽이 끊긴 구간은 약 2m로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끊긴 부분에서 드러난 철근과 콘크리트가 상당히 낡은 것으로 미뤄 세운지 꽤 오래된 옹벽이었다.
주민들의 항의에 22일 오전 현장에 나와 옹벽을 조사한 광주시에 따르면 펜스는 옆 빌라 건축주가 설치했다. 몇 년 전 빌라를 지으며 자비로 끊긴 부분을 막아 봤지만 물이 빠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다시 텄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시가 송정 소하천 옹벽을 세울 때부터 2m 정도는 없었던 것이다.
옹벽을 세운지가 벌써 10년 이상 지나 시는 이 곳만 빼놓은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옹벽 공사 때 근처 주민들이 물이 안 빠진다고 해서 터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옹벽이 없는 자리가 지대가 제일 낮아 물이 모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는 옹벽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차올라 옹벽이 끊긴 것과 수해 피해와는 연관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만약 옹벽이 있었다면 물이 차는 속도가 늦어져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는 궁여지책으로 자동개폐식 배수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평소에는 물이 하천 쪽으로 빠지다 수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닫혀 주택가 쪽으로는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배수문이다. 시는 소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옹벽 상태를 확인한 뒤 준설도 검토할 예정이다.
송민호 송정동주민대책위원장은 "평소에는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다 피해가 발생하니까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다시는 같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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