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치러지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 수치는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 비밀번호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정국 향배가 갈라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진퇴가 이 숫자에 달려 있다. 앞으로 여야 가운데 누가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인가도 투표율이 결정한다.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도 이 숫자의 영향을 받게 된다.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 투표율이 개표 요건인 33.3%를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못 넘는 경우도 20% 전후의 저조한 투표율에 머무느냐, 30%대를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개표 요건에 미달하느냐에 따라 정국의 풍경이 달라진다.
20%대 초반 혹은 그 이하의 저조한 투표율은 오 시장과 한나라당을 한꺼번에 궁지로 내몰 것이다. 오 시장을 겨냥해 "당장 사퇴하라"는 야당 측 공세가 쏟아질 것이다. 이 경우 오 시장이 9월30일까지 시장직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10월26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여당엔 아노미(혼돈 상태)가 도래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책임론이 터져나오면서 지도부의 내홍이 예상되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책임 공방으로 번져갈 수도 있다. 여야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면서 정국은 급격히 10월 서울시장 보선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개표 요건(33.3%)을 넘기지 못한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투표 불참 운동으로 주민의 뜻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이에 맞서 "낮은 투표율은 오 시장을 심판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하는 등 여야가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엔 오 시장이 9월 말까지 시장직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투표율이 개표 요건인 33.3%를 넘기면 사정은 180도 바뀐다.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인 야당이 궁지로 몰리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다. 오 시장은 그야말로 '보수의 아이콘'로 부상하게 된다. 물론 개표가 이뤄지고도 오 시장이 패배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지만 야당 지지층 다수가 투표에 불참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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