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강력한 대통령 후보에서 성폭행범으로 자신을 추락시킨 성폭행 혐의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22일(현지시간) 호텔 청소원 나피사투 디알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아온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 대한 공소 취하를 법원에 요청했다. 디알로의 변호인 측은 특검 선임을 요구하며 공소취하를 막아보려 했지만 법적으로 권한이 없어 법원은 23일 공소 취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백하지 않아도 재판은 안 돼
5월 14일 뉴욕을 떠나려던 비행기에서 수갑을 채워 스트로스칸을 체포한 기세와 달리 검찰이 무기력하게 사건을 종결한 이유는 스트로스칸이 결백해서가 아니라 디알로의 신뢰도가 떨어져 재판으로 갈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둘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고 상호합의에 의하지 않은 만남"이라고 인정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스트로스칸의 호텔방 바닥에서는 디알로의 침이 섞인 정액이 발견됐다. 디알로의 사타구니에 상처가 난 것도 병원 진료로 확인됐다. 디알로가 스트로스칸의 방에 들어간 지 9분 뒤 스트로스칸이 딸에게 전화를 한 기록으로 보아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디알로는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나체 상태로 맞닥뜨린 스트로스칸이 자신을 벽에 밀어붙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압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디알로가 거짓 진술을 반복해 증거능력이 돌이킬 수 없이 떨어졌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공소취하 이유다. 디알로는 사건 직후 "복도에 숨어있었다"고 말했다가 다시 "스트로스칸의 방에 되돌아가 청소를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디알로가 자신과 같은 기니 출신의 지인과 통화하며 "이 남자는 돈이 많아"라고 말했던 사실, 기니에서 미국으로 망명신청을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한 점도 디알로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디알로는 "고향 사투리를 잘못 이해한 것" "딸의 할례를 피하기 위해 망명했으며 망명을 신청할 때 잘못된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디알로의 변호사 케네스 톰슨은 "어머니, 딸, 아내를 강간범으로부터 지키라고 뽑은 검찰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 누구한테 일을 맡기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스트로스칸의 변호인 측은 "우리는 처음부터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결백하다고 말해왔다"며 공소취하 방침을 환영했다.
정치활동 당장 재개는 어려울 듯
공소가 취하되면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프랑스로 돌아가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다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성폭행 혐의는 풀렸더라도 그의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당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밤 생활도 그렇지만 몇 개의 소송을 동시에 감당하는 그의 재력과 사치스러운 생활은 사회당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탓에 마틴 오브리 사회당 대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등은 스트로스칸의 공소 취하 소식에 "안도했다"고 밝히면서도 당장 고국의 정가로 돌아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현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머물러 내년 대선을 해볼만한 싸움으로 보고 있는 사회당은 신뢰할 만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그를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고소한 트리스탄 바농의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어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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