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 서기 위해 국적도 바꿨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모국을 떠나 낯선 국기를 가슴에 달고 필드와 트랙을 누비는 '국적 불문' 육상 스타들이 제법 눈에 띈다.
대표적인 선수는 2번이나 국적을 바꾼 여자 세단뛰기의 야밀레 알다마(39·영국)다. 1972년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그는 1999년 세비야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4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인 앤드루 도즈와 결혼해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영국 국적을 얻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의무 거주 기간'이 문제였다. 2001년 11월에 이주한 알다마가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004년 11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올림픽은 2004년 8월에 열려 출전이 불가능했다.
체코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알다마는 새로운 대표팀으로 수단을 선택했다. 그는 수단 국기를 가슴에 달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2005년 헬싱키 대회는 4위에 올랐다.
영국 정부는 올해 알다마가 국적 신청을 한 지 10년이 다 돼서야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알다마는 A 기준기록(14m30)을 통과해 당당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홉-스텝-점프'로 이어지는 자신의 주 종목처럼 국적을 '쿠바-수단-영국'으로 옮겨 이번 대회에 나선다.
중동의 '오일 머니'에 팔려간 아프리카 철각들도 있다. 올해 바레인 대표로 남녀 1,500m에 나서는 유수프 사드 카멜(28)과 마리암 유수프 자말(27)은 각각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제2의 조국'을 택한 이들은 지난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카멜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1,500m 2연패, 자말은 여자 1,500m 3연패에 도전한다.
"뿌리를 찾겠다"며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넘어온 선수도 있다. 나이지리아 남자 세단뛰기 대표인 토신 오케(31)는 원래 영국 출신이다. 오케는 주니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촉망 받는 신예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B 기준기록을 통과하고도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세계 무대에 출전하기 위해 오케는 2008년 '조상의 나라'인 나이지리아 대표로 뛰고 싶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그는 이듬해 베를린 대회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고 이번 대회에도 나이지리아 국기를 달고 당당히 출전한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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